장애인차별금지법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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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4-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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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주년을 맞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장애인계는 무력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주무부서가 축소와 폐지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와 복지부 장애인권익증진과는 엄청난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인계로선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먼저 국가인권위 축소안이 지난 3월 30일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전부개정령’은 내주 월요일(6일)자로 관보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인권위 정원은 208명에서 164명으로 21.2%(44명) 줄어들고, 조직은 5본부 22팀에서 1관 2국 11과로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직제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이에 대한 선고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제 개정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직제 개정령안 반대 운동을 펼쳐온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인권에 대한 사망선고가 내려졌다"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이번 주 MBC 100분 토론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신지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인권위 축소 찬성론을 폈는데, 인권위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한 마디로 불필요한 일을 하는 조직이기에 축소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권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일이 불편하고 언짢은 사람들이 있는 듯 합니다. 인권 탄압이 일상이었던 군사 독재 정권의 잔재가 아직도 사회를 억누르고 있는 듯 합니다. 국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으니 싫다고 하니 말입니다. 참 단순합니다. 인권에는 편향도 없고, 정치도 없다는 것을 언제쯤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올까요?
장애인차별금지법 주무부서인 국가인권위는 축소가 결정됐지만, 또 다른 장애인차별금지법 주무부서인 장애인권익증진과는 회생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대국대과제(15명이 안 되는 과는 통폐합한다는 방침)에 따라, 폐지 위기에 몰렸었는데, 장애인계의 의견을 수렴해 폐지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실이 지난 2일자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 소식을 먼저 알렸는데요. 윤 의원실은 보도자료에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장애인권익증진과의 폐지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장애인권익증진과 대신 다른 과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정책국 소속과의 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복지부가 10개 과를 폐지해야하는데, 행안부가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 철회를 통보하면서 10개과 폐지는 그대로 둔 것인데요.
윤석용 의원실은 “장애인권익증진과 폐지를 철회하고, 장애인정책국 소속 다른 과가 희생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만약 장애인권익증진과 대신에 다른 과가 폐지된다면,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효율을 앞세워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것인지, 결국 겪어봐야 알 수 있을까요?
장애인계는 장애인연금 도입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에이블뉴스 이슈와 사람들 인터뷰에 응한 복지부 고경석 장애인정책국장은 장애인연금제 도입과 관련해서 “조속히 도입 해야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고, 현재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금년 정기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장애인계가 만든 법안은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당론으로 결정됐고, 민주당 박은수 의원을 통해서 곧 바로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장애인계 법안이 국회에 먼저 가서 기다렸다가, 정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본격적으로 심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진짜 게임은 정기국회가 오기 전에 종료될 전망입니다.
사실상 장애인연금제의 핵심은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지금부터 내년도 예산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장애인연금법 도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됐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복지부에서 어떻게 기획재정부측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장애인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 됩니다. 전 국민 연금시대가 이미 오래 전에 열렸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예외였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과제를 이제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데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조속히 처리해야지, 효율을 앞에서 예산 배정을 주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제7회 장애인인권영화제가 개막했습니다. 바로 오늘 밤 서울 명동 한국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중앙시네마 3관)에서 시작됐는데, 내일 모레까지 열립니다. 총 서른 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만나게 됩니다. 모두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이고,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알리는 내용들입니다. 무료로 상영되니까, 아직 주말 계획을 잡지 않으신 분들은 이번 주말은 장애인 인권영화를 보러 나들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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