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딛고 일궈낸 ‘토마토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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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4-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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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토마토 농사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춘천농공고를 졸업한 뒤 건설공사 현장을 다녔던 그는 1998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는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실의에 빠진 김씨는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치료 때문에 병원 가는 게 유일한 나들이였다.
사고가 난 후 6년 만인 2004년 8월 화천군이 지원해준 전동휠체어가 김씨의 삶을 바꿨다. 외출이 다소 자유로워지면서 더 이상 무기력하게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부인 고영애(47)씨와 친구, 면사무소 직원 등의 격려와 지원을 받아 농군으로 제2 인생을 시작했다.
2005년 1350㎡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짓고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어릴 때 농사일을 거들고, 고등학교 재학시절 배웠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부터 다시 익힌다는 자세로 새벽 5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비닐하우스 밭에서 토마토와 씨름했다. 밭에 나가기 전 30분 정도의 물리치료, 하반신의 혈액순환을 위해 점심 먹고 1시간 정도 누워 있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오랫동안 전통휠체어를 타고 일해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기도 했다.
김씨는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지형진(52)박사의 지도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농법으로 토마토를 기른다. 땅에 볏집과 쌀겨, 목초액을 뿌려 땅심을 높이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달걀 노란자를 활용해 만든 난황유, 달걀 껍질로 만든 난각칼슘, 현미식초와 각종 미생물을 만들어 토마토에 뿌렸다. 재배 면적도 늘려 2모작 체제를 갖췄다.
이렇게 재배한 김씨의 토마토는 2007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2004년 경비를 제외하고 1500만원 정도였던 수익이 2007년 8000만원으로 늘었다. 토마토 값이 폭락했던 지난해에도 7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씨는 2006년 개발했던 토마토 엑기스를 지난해 상품화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토마토를 중탕한 후 가마솥에 조려낸 것으로 지난해 3000상자(1상자 30개)를 생산했다. 1상자에 2만원인 토마토엑기스를 한 달에 100상자씩 택배로 주문판매하고 있다. 6월에는 홈쇼핑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김씨는 올해 수익 목표를 1억500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김씨의 토마토 생산 및 가공산업이 궤도에 오르자 한 달에 50여명이 김씨의 농법을 배우기 위해 산너울농장을 찾고 있다. 김씨는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절망에서 벗어나 토마토 농사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필요한 이들과 농법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장애를 이겨내고 고소득 농업인으로 재기한 김씨를 제10회 강원도장애인복지대상 ‘자랑스런 장애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씨 이외에 장한 장애인가족 부문은 박범례(54·속초시 교동), 고마운 장애인봉사 부문은 하혜숙씨(57·춘천시 효자동)를 각각 선정했다. 시상은 20일 강원대 백령문화관에서 열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식장에서 한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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