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수난시대, 대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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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7-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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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을 앞장세워 전국을 돌며 일명 ‘앵벌이’를 시키고, 장애수당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경남 의령군의 쉼터재활원 원장 강모(49)씨와 직원 최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와 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쉼터재활원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들을 승합차에 태워 서울과 부산, 대구 등 대도시 번화가를 돌며 시민들을 상대로 구걸행위를 시켰으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 13명의 통장을 자신이 관리하며 이들 앞으로 지급되는 장애수당 425만원 등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여명이 넘는 장애인이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갈취당하는 것도 모자라 '앵벌이'까지 나서는 상황에까지 내몰렸지만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의령군청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운영신고시설 시설장, 지적장애인 데리고 전국 돌아다니며 앵벌이 시켜
이들이 앵벌이 등 학대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발한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나영신 소장이 이들을 처음 보게 된 곳은 전주시 고사동의 번화가 한복판. 길 한복판에서 모금행위를 하고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눈에 걸려 유심히 관찰했는데, ‘장애인에게 사랑과 희망을’이라는 어깨띠를 두른채 ‘뇌성마비 장애인 자활복지기금 마련’이라는 모금통을 들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앵벌이중임을 확신했다.
나영신 소장은 “지난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모금했었는데, 추위에 벌벌 떨며 모금하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그때는 순수하게 성금모금을 위해 이곳을 찾았나보다고 생각했지만 더 초췌해진 모습으로 같은 곳에 찾아와 모금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습적인 원정모금임을 직감하고, 이들에게 ‘밥은 먹었냐’고 묻자 ‘배가 고파 죽겠다’고 말해 이들이 자발적이 아닌 강제에 의한 앵벌이 중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당시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을 데리고 온 중간책임자 최씨에게 "이들 앞으로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는 것은 물론, 뇌성마비장애인 자활복지 기금마련과 전혀 무관한 지적장애인을 왜 거리로 데려나와 모금행위를 시키느냐"고 따져묻자 최씨는 “(국가에서) 돈이 안 나온다. (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 것이니 방해하지 말고 가라.”고 말했고, 나 소장은 지적장애인을 앞세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쉼터재활원 원장 등을 신고했다.
나 소장은 “모금행위를 하던 지적장애인들은 경찰서 조사과정에서 ‘재활원에서 아침밥을 먹고나면 원장이 나가라고 해서 나왔고, 다른 사람들도 순번을 정해 일을 하고 있으며, 누가 여기에 왜 나왔느냐고 물으면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다시 쉼터재활원으로 돌아갈 경우 2차 피해가 우려돼 분리조치 하려했으나 박모씨 한분만 우리 연구소에서 보호하게 됐는데, 시설장이 찾아와 ‘박씨를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려 경찰관 8명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미신고시설에서 2007년 12월 14일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한 쉼터재활원은 6명 정원으로 복지부에 신고돼 있으며, 관할 관청인 의령군청 측은 이 시설을 폐쇄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시설서 생활하던 지적장애인, 식탐 고치겠다는 교회집사와 목사부인에게 맞아 숨져
전남에서는 교회 집사가 ‘식탐을 고치겠다’며 교회에서 생활하던 지적장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전남 장성군 소재 교회에서 생활해오던 지적장애인 김모(24)씨를 ‘식탐을 고쳐주겠다’며 교회집사와 목사부인이 한 시간가량 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전남 장성경찰서는 교회집사를 구속하고 목사부인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기사로 미루어 추측컨대 어떤 이유에서든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종교시설에 맡겨졌고, 지적장애인의 특성에 대해 무지한 교회 관계자가 ‘영적인 치료’를 빙자해 김씨를 때려 숨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없는 사회구조 때문에 많은 수가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생계 등의 이유로 미신고 시설이나 개인운영신고시설 등에 입소돼 생활하고 있거나 하루 종일 뼈 빠지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임금은커녕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조차 갈취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적장애인의 수가 상당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비판의 핵인 법인운영시설은 그나마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최소한의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어 오히려 낫다고 말할 지경이다. 몇 명이 생활하고 있는지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미신고 시설과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적장애인은 열악한 생활은 물론 학대나 착취, 폭력 등 각종 인권침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지닌 지적장애인들은 지역에서 ‘노예’처럼 부림을 당하면서도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이유로 무임금에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국가는 이들을 ‘재가 장애인’으로 분류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정부, 개인운영신고시설 등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재가장애인’으로 분류 ‘사실상 방치’
인권침해 방지위해 만든 ‘계약서’, ‘급여관리 지정 동의서’, 현장서는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가해자 면죄부 씌워주는 도구로 전락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운영신고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보호자’에게는 ‘급여관리 지정 동의서’라는 것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탁상공론’을 통해 만들어진 이 서류가 정작 현장에서는 가해자의 ‘면죄부’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를 찾아 서류에 사인하게 하고, 당사자를 위해 지급된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이 ‘보호비’의 명목으로 가해자 통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관심 갖고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서 따져물으면, 정말 레퍼토리처럼, 전국 어떤 관청을 가나 ‘이 부서에 온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른다’거나 ‘현장을 직접 살펴봤는데 별 문제 없어 보였다’고 변명한 뒤 ‘내가 담당하는 재가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권자 수가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고 항변한다.
전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나영신 소장에 따르면 “쉼터재활원이 있는 지역을 찾아 이야기 들어보니 이 시설에서 앵벌이를 시킨다는 소문이 무성했다.”고 증언했다. 관할 관청에서 한번이라도 진정성을 갖고 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가장애인’의 생활상을 확인하고 이들과 개별면담을 진행했더라면 이들이 앵벌이가 돼 전국을 떠도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서류상에는 지적장애인 당사자도 만나고 현장에도 방문해 어떤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를 파악한 것처럼 써져 있으나 실상 ‘서류 빈칸 채우기’ 수준의 형식적인 조사가 지적장애인 학대사례를 조장하고 있음을 관계관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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