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영국서 장애부모 '접근가능' 양육정보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혜진1 조회 960회 작성일 15-09-16 10:14

본문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외교부가 후원하는 ‘2015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의 시너지(Synergy)팀이 지난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장애 부모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주제로 런던과 리즈 지역에서 연수를 진행했다.

이 기간 중 경험한 영국 기관들의 장애 부모를 위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Accesible Information)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장애 부모와 그 가족들은 공공서비스 접근과 가족 부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육, 의료혜택과 사회복지 서비스에서도 하루하루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장애 부모들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차별 없이 다른 이들과 동일한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으려면 그에 걸 맞는 정보 제공과 이해하기 쉬운 자료들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영국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5년 개정 이후 모든 기관(정부 포함)의 경우 장애인들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장애인들이 접근 가능한 새로운 정보 형태를 만들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대표적인 장애부모기관 DPPI(Disability, Pregnancy & Parenthood), DPU(Deaf Parents UK), CHANGE PEOPLE는 아동 양육에 대한 부모의 자기결정권을 중요 이슈로 삼고, 장애 당사자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팀을 이뤄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쉬운 정보 접근을 위해 필요한 그림 제작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 접근’은 장애 당사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 것을 말한다.

앞서 소개한 영국의 장애부모를 위한 단체에서는 그들이 보다 쉽게 정보에 접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많은 출판물을 간행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읽고, 보는 것이 어려운 장애 부모를 위한 자료들을 제작하고 있다.

DPPI, DPU, CHANGE 홈페이지에서도 1000개가 넘는 자료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무료로 다운받거나 유료로 구매 후 배송 받을 수 있다.

특히 종합정보를 다루고 있는 DPPI의 경우는 홈페이지에 유형별 정보란을 통해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하였고 각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다룬 글들을 게재해 두었는데, 몇 가지 인상 깊은 가이드북을 목도했다.

외손 부모를 위한 양육가이드, 청각장애 부모를 위한 DVD 가이드, 신체장애 부모를 위한 아이 목욕시키기 가이드, 시각장애 부모를 위한 아동의 학교 선택과 지원, 자신의 의사 결정권과 법적 도움 가이드 등 장애 부모의 유형과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아동을 양육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모두 담아 두었다.

이는 타 장애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사회복지사, 의사, 조산사, 간호사와 협업한 결과물이며, 단순히 글로만 되어있을 뿐 아니라 이해하기 쉽도록 DVD, 그림 등으로 출판되었다.

CHANGE 또한 ‘단어에서 그림까지’팀을 구성하여 임신에서부터 아이양육의 과정을 쉬운 단어와 그림으로 구성한 ‘부모 되기 프로젝트’ 자료를 출판했다.

3권으로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나의 임신, 나의 선택’과 아이가 태어나서 1세까지 양육하는 법을 담고 있는 ‘당신과 당신의 아이 0-1세’, 그리고 1세에서 5세까지의 과정을 담은 ‘놀이와 배우기 1-5세’다.

쉬운 읽기 책(Easy Read Book)이라는 자료 이름에 걸맞게 책은 주로 간단한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있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지 않고, 표정이 풍부한 것이 그림의 특징이며, 글은 쉬운 단어로 있지만 그럼에도 추가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단어 표현은 책 뒷부분에 따로 기재되어 있다.

특히 CHANGE의 ‘나의 임신, 나의 선택’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감정과 관계, 특수케이스 항목이다.

임신과 출산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 외에도 헤어진 연인과 정리하기, 임신 후 커플의 감정 변화, 아이의 양육권 박탈 등 부모 스스로 겪는 감정 변화와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 되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책인 ‘놀이와 배우기 1-5세’에서는 아이의 몸 상태 하나하나를 점검하는데, 부모가 알아야 할 아이의 신체 구조를 쉬운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그 중 치아 건강 파트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역시 간단한 그림 설명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기관이 장애부모를 위한 정보 접근성은 보장했으나 물리적인 접근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CHANGE의 부모 되기 프로젝트의 책들은 방대한 양의 자료로 인해 쉽게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두께를 가지고 있다. 또 세 권에 120파운드(약 2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구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DPPI, DPN, DPU에서도 구체성을 요하는 양육 정보 자료집들은 10페이지 내외의 짧은 자료집도 약 5~8파운드(1만원~1만5천원)를 내고 구매해야한다. 단체의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상 개인에게는 여러 개의 자료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장애부모 단체들의 정보접근성 보장은 본받을만하다. 장애부모의 양육에 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의 연구와 제작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영국에서는 장애당사자를 위한 개별형 맞춤 지원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 부모를 위한 가이드가 드물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선 그들을 위한 자료 제작이 급선무이고, 장애 유형별 접근 가능한 정보는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가 장애부모를 위한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제작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CHANGE가 발간한 ‘쉬운 문서 만들기를 위한 가이드 How to make information accessible guide’를 참고하면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책자에는 준비사항과 그림 배치, 글자크기, 여백, 글자모양 사용, 문장 구성, 그림과 문장의 배치, 글씨 색깔, 종이색깔, 쉬운 문장 만들기, 그림의 배치, 그림의 채도, 강조하기 등에 대한 아주 세세한 정보가 담겨있다.

또한 기존의 장애 단체들이 해외에서 이미 제작된 장애 부모 가이드의 판권을 구입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게 연구 및 번역하여 장애 부모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부모들이 양육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접근 가능한 정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 국내 장애부모들과 학습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 어린이 등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