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미, 장애인 손발 되어 '맞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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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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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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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획기사 내용입니다.
[교육이 희망이다]美, 장애인 손발되어 '맞춤 지도'
《미국 워싱턴주 벨링햄시 벨링햄고교에는 정신지체아를 포함해 16명의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다. 13명은 일반 학급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3명은 중증이어서 별도로 교육을 받는다.
네이선(14)은 지능지수(IQ)가 70도 안 되는 정신박약아다. 평소 말을 잘 듣다가도 갑자기 난폭하게 돌변해 하루에도 서너 차례 교사들을 골탕 먹인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교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식탁을 닦는 봉사활동을 제대로 안해 꾸중을 듣고 있었다.
“식사한 뒤에는 식탁을 깨끗하게 해야 해요. 네가 먹은 식탁은 물론 다른 친구들의 식탁도 같이 닦아라.”교사의 말에 물통을 들고 행주로 식탁 2개를 닦고는 행주를 집어던지면서 “못하겠다”고 버텼다. 부드러운 말로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자 교사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한번만 더 선생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독방에 감금된다. 네이선!”
그래도 딴청을 피우자 특수교육 여교사는 네이선을 끌고 특수교육실로 갔다. 네이선은 따라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교사는 셔츠를 잡아채 독방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독방에 갇힌 네이선은 한동안 고함을 지르고 문을 두드리고 난리를 피운 끝에 15분이 지나자 조용해졌다. 30분쯤 지나자 “식탁을 깨끗이 닦을 테니 내보내주세요”라고 말했다.
특수교육 담당인 크리스 교사(여)는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불쌍한 아이들이지만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간단한 시민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문제가 있을 때는 엄격하게 대한다”며 “장애아들이 최소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네이선에 비하면 브랜든(18)과 로건(19)의 경우는 절망적이다. 앉아 있을 수도 없어 교실 한쪽의 매트 위에 누운 채 교사가 떠주는 수프를 받아먹고 있었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중증 정신지체장애아라 밥을 먹이는데 30분∼1시간이나 걸린다. 그러나 특수교육 교사인 데니스와 자신도 청각장애가 있는 캐시는 마치 ‘자기 자식처럼’ 어루만져주고 사랑을 듬뿍 쏟았다.
캐시 교사는 “장애아도 부모의 사랑을 받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정서적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장애아들은 학교에서라도 사람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장애학생들이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루 2시간씩 학교 근처 대형 할인매점인 월마트로 ‘직업훈련(Job Practice)’을 내보낸다. 물건을 나르고 건물청소를 하는 등 졸업 뒤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취업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 회사측도 장애학생들이 도움은 되지 않지만 일거리를 찾아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시애틀의 쿠퍼초등학교는 언어장애 정신지체아 등 6명의 장애학생을 위해 교사 1명, 보조교사 2명을 고용했다. 이들을 위한 연간 예산만도 30만달러. 이들에게는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림으로 설명한다. ‘바지 갈아입기’ ‘화장실 가기’‘교실 불켜기(끄기)’‘손 씻기’ 등의 그림 스티커가 책상 싱크대 교실 등 곳곳에 붙어 있다.
크리스 새멀 교사(26)는 “특수아동 1명을 가르치려면 최소한 5명의 일반 아동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노력이 든다”면서 “항상 동작으로 설명하고 수십 번씩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힘 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호바트 초등학교는 수학 읽기 등 특정 분야의 과목만 이상하게 학력이 떨어지는 학습부진아도 ‘학습장애’가 있는 넓은 의미의 장애아로 보고 ‘특별교육 프로그램(Resourc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교육팀(SST)’은 우선 교사의 학생 관찰기록을 검토하고 전문 심리학자의 진단평가를 거쳐 학습장애라고 판단되면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특별교육을 받게 한다.
3∼5학년생 중 학습장애가 있는 부진아 40명을 교사 2명과 보조교사 2명이 별도로 교육한다. 예를 들어 아라비아 숫자 ‘3’과 ‘8’, 알파벳 ‘D’와 ‘B’ 등을 계속 혼동하는 것은 인지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보고 문제점이 해소될 때까지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각종 평가시험 때도 시험시간을 더 준다. 장애학생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국장애인법(ADA)과 장애인교육법(IDEA)으로 장애인들이 교육은 물론 취업 교통시설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IDEA는 모든 공립학교의 경우 장애인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무상교육과 개별교육프로그램(IEP)을 개발해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주별 학교별 차이는 있지만 학생 1인당 4만∼7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한다.
학생 5, 6명에 특수교사 1명과 보조교사 2명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사 학부모 학생 본인이 참여하는 팀에서 교육과정을 매년 평가하고 교육과정에 불만이 있을 경우 교육당국에 청문회와 재심을 요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장애인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고 있다.
▼인터뷰/벨링햄高 월보그 교사▼
“자식에게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장애 학생의 운명과 부모의 고통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집니다. 장애아지만 학교에서라도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미국 벨링햄시 벨링햄고의 특수교육 수석 교사인 ‘틴 월보그(사진)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가의 책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교직 경력 22년째인 그는 특수교육에 자원해 장애아들을 19년째 가르치고 있다. 원래 전공은 사회와 지리였다. 햇병아리 교사 시절 만난 장애 학생들의 절망적인 눈망울이 특수교육을 공부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는 여름방학과 계절학기 등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한 끝에 특수교사 자격증을 얻었다.
“특수교육 교사는 장애인을 내 자식, 내 형제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씨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할 수 있습니다.”
월보그 교사는 “장애아는 18세까지 학교에서 교육이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단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자립해야 하기 때문에 일거리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체장애가 심한 학생은 몸이 굳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리치료 전문가가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매일 한시간씩 학생들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운동을 시킨다. 장애아들을 다루려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특히 여교사의 고생이 심하다. 벨링헴고에서는 말썽을 부린 ‘문제학생’은 장애 학생을 위해 봉사하도록 징계하고 있다. 신체가 불편한 동료 학생들을 돌보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인생을 올바르게 꾸려나가야 한다는 자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15년 전만 해도 장애아를 격리해 가르쳤지만 지금은 일반 학생과 함께 통합교육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며 “일반 학생들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마음이 생겨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장애인 천국' LA 멜빈초등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멜빈초등학교는 ‘장애인의 천국’이다.
이 학교는 전교생 700명 가운데 백인이 1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소수 민족들이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특수교육 대상자는 모두 65명으로 10명중 1명 꼴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교사 32명 중 10명은 장애아 학생들을 위한 전문교사들이다.
이 학교는 장애 학생이라고 해서 따로 격리시켜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아도 일반 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통합교육(Inclusion Program)’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1학년인 케빈군(7)은 영화 ‘레인 맨’의 주인공처럼 자폐증이 있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신체가 부자유스럽지만 수학 능력은 다른 학생에 비해 매우 뛰어나다. 학교측은 케빈군을 위해 특수교육을 전공한 여교사 마리아 오브리언을 특별 채용했다. 케빈군 한 명을 위해 쓰는 돈만 연간 3만4000달러.
오브리언 교사는 항상 케빈군의 옆자리에 앉는다. 색종이 오리기를 할 때 가위질을 잘 못하는 케빈군의 손을 잡고 물건 모양대로 종이를 함께 오려준다. 체육시간은 물론 화장실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오브리언 교사는 “케빈군이 처음에는 소외감을 느꼈지만 통합교육을 하면서 친구들과도 잘 적응하고 있다”며 “혼자 독립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교육목표”라고 말했다.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교사들도 장애 학생들이 갑자기 발작하는 등 응급사태에 대비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처지 요령을 배웠다.
학교측은 케빈군뿐만 아니라 케빈군의 부모를 위해 수시로 특수교육 전문가를 불러 강의를 한다. 장애아를 둔 부모가 자녀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전문가가 조언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전 그로스만 교장은 “장애인 학생 1인당 추가 교육비가 적지 않지만 국가가 당연히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며 “장애인이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벨링햄·시애틀·로스앤젤레스〓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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