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장애아-비장애아 통합교육,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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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찬
조회 7,316회
작성일 02-11-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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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특수학교 아이들이 비장애인 학교에서 단기간 교육을 받는‘통합
교류교육’이 장애인 아이들을 울리고 있다.
교육부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사는 삶’을 경
험케 한다는 취지로 통합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 50여개 초/중
등 과정 장애인 특수학교 아이들은 학기당 2~4주, 길게는 1년씩 초/중등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있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과 준비가 부족해 장애아들에게 상처를 주고, 장애/
비장애 아이들 서로간에 마음의 벽을 쌓게 한다는 지적이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 성동학교 아이들은 16일 부평 A초등학교에서
2주간의 통합교육을 끝냈다. 통합교육중 혜린(여·8)이는 수업시간에 풀
지 못한 산수문제를 가위로 조각조각 오려왔다. 받아쓰기 공책에는 아빠,
엄마 이름만 빼곡히 적혀 있곤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혜린이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민지(여·8)는 지난 15일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이 한창인데도 혼자 칠판앞
에서 낙서를 하고 있었다. 연방 시계를 들여다보며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
다리고 있었다.
성동학교 학부모들은 외톨이가 된 채 놀림만 받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가
여워 애를 태워야 했다. 먹은 것을 다 토해내는가 하면 학교갈 스트레스
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침마다 집집에서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3년째 통합교육을 시행한 A초등학교교사들도 고민이 많았다. 조명숙(여/47)
교사는 “교사들이 수화도 못하고, 무슨 효과가 있나 싶어서 ‘그만 하자’
건의를 여러번 했지만 교육 방침이라니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있다”고 털
어 놓았다. 성동학교 교사들은 “왠지 더부살이를 맡긴 것 같아 A초등학
교 교사들에게 죄짓는 기분이다”고 우울해 했다.
인천시 교육청에서 15일 열린 ‘통합교육 워크숍’에서도 문제가 노출됐
다. 통합교육에 참여한 비장애인 학교 교사들은 “장애아 교육 프로그램
도 없어 시행착오가 거듭됐다”고 전했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보조교사
지원 등의 제도적 뒷받침, 통합교육을 위한 교육 여건, 비장애인 학교교사
들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한장애아 어머니는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사는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체
험하게 해주는 게 지금의 통합교육인 것 같습니다. 이게 현실이라면 미리
깨닫게 해줘야 겠죠”라며 울먹였다.
문화일보 200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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