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복지뉴스

부모가 알아야 할 장애 자녀 평생 설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회 1,144회 작성일 10-07-13 08:59

본문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

많은 부모들이 장애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집에서 보살피려고 한다. 부모와 한 집에 있으면 자녀는 안전하고 행복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굳이 힘들게 자녀를 독립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갑자기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자녀보다 먼저 죽는다면?

‘부모가 알아야 할 장애 자녀 평생 설계’는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을 일으켜 병원에 실려 간다. 그때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를 가진 아들 ‘빌리 레이’. 내가 이대로 죽는다면 아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누가 아들을 돌봐 줄까?

설사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이 돌봐 준다고 해도 자녀에게 어떤 방식이 통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녀가 안정감을 느끼는지 부모만큼 알 수는 없다.
당장 돌봐 줄 이가 없다면 자녀는 부모를 잃었다는 깊은 상실감과 함께 낯선 시설로 보내져 혼돈과 불안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미리 자녀의 평생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

지은이는 장애인 관련 분야에서 35년여 일했으며 중증중복장애 아들을 둔 자신의 직·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자녀가 부모 없이도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할 생활지침을 제시한다.


아이의 꿈과 재능 찾기

자녀의 평생 설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자녀가 어떤 꿈과 재능을 가졌는지 찾는 것이다.
자녀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고, 자녀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때,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고등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이라면 수의사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다른 일, 즉 농장이나 사육장, 애완동물 상점에서 일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직업·주거 프로그램 알아보기

자녀의 꿈과 재능을 생각했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복지 담당자를 찾아가 자녀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직업과 주거 프로그램 목록을 받아온다. 자녀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자녀가 흥미를 보이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다.
직업 프로그램을 살펴볼 때는 의료나 보조금 수급권에 영향을 미치는지 눈여겨보아야 하는데, 쥐꼬리만 한 급여를 받는데도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 혜택이나 연금 수급권을 잃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자원 봉사로 눈을 돌려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설계서 만들기

직업과 주거 프로그램을 살펴보았다면 독립 계획을 담은 설계서를 작성하고 장기 목표를 세운다. 전체적인 목표와 주거, 직업, 재정에 관한 개별 목표를 세워 목표가 모두 달성되었을 때 자녀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를 생각한다. 계획은 자녀가 어느 정도 보살핌이 필요한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필요한 기술 익히기

장기 목표가 잡혔다면 직업 및 주거와 관련된 단기 목표를 정할 차례다. 예를 들어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며 빨래방에서 일하는 것이 목표인 ‘주디’에게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다루고, 거름망과 쓰레기통을 비우고, 기계와 공간을 청소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주방일이나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자녀에게 필요한 기술을 모두 목록으로 만든 뒤 각각의 과제에 우선순위를 매겨 한 번에 하나씩 연습한다. 청소, 설거지 같은 각각의 활동을 그림이나 사진을 담은 시각 자료로 만들어 훈련하는 것도 효과가 좋다.


유언장과 신탁 처리하기

직업 프로그램을 알아볼 때와 마찬가지로 유산을 처리할 때도 보조금이나 연금 수급권과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유산이 많지 않다고 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재산의 상한선을 넘겨 수급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유산을 신탁하면 활동보조인 지원이나 보조금 수급권도 유지하고, 자녀가 돈 관리를 잘못해 곤란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특별부양신탁에 가입하면 5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독립 이후 생활 점검하기

우여곡절 끝에 자녀가 독립했다고 해도 부모의 일을 끝나지 않는다. 계획했던 대로 자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자녀를 돌보는 활동보조인이나 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이 외에도 자녀를 돌봐 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계속 다지고, 관련 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부모의 일은 계속된다. 하지만 마음의 짐은 줄어들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자녀의 미래 설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서류를 열심히 준비하고 환경을 잘 마련해도 그것이 자녀의 외로움을 달래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부모가 없을 때 자녀 곁에 있어 줄 사람들, 즉 자녀가 속한 공동체 내의 인간관계를 다지는 데 일찍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자녀를 자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 사람들이 내 아이에게 익숙해지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도 개선된다. 부모가 지역 공동체에 자녀를 참여시키는 것이야말로 자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안전장치이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인권운동인 셈이다.


▲ 장애인신문, 복지뉴스, welfare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