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 생존권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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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0-04-28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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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된 자식을 부모가 부양하라니 답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4-27 17:15:57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7년 전국가구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장애인 가구 중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은 7.2%지만, 장애인 가구의 경우 그 비율은 18.3%에 달했다.
장애인가구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고 의료비 등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아무개(남·39) 씨와 이아무개(여·42) 씨 부부는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동사무소에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신청을 해왔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부양의무자’(부모)에게 부양능력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데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공지한 2010년 수급권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기초생활급여를 받으려면 소득인정액 기준 및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소득인정액 기준은 수급권자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가구별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를 말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좀 더 복잡하다. 부양의무자의 수입이 부양의무자 가구와 피부양자가구의 최저생계비를 더한 액수의 130% 이상이거나, 부양의무자의 재산 소득 환산액이 이 액수의 42% 이상인 경우 피부양자 가구는 기초생활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부부가 모두 뇌병변1급 장애를 갖고 있는 김 씨 부부의 경우, 한 달 수입이 총 64만원으로 2인 가구기준 최저생계비 85만 8,747원에 미치지 못해 소득인정액 기준은 통과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의 재산이다.
김 씨의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담당했던 동사무소 직원은 “김 씨 부모의 재산이 많아서 부적합 판정이 났다”며 “가족관계가 단절됐으면 부양의무자 능력 있어도 심의 거쳐서 가능한 경우도 가끔 있는데 단절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생활비를 얼마 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흔 다 된 아들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엔…”
그러나 사실 김 씨의 부모는 김 씨 부부를 ‘부양’하고 있지 않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아들 부부에게 몇 만원을 쥐어주는 것이 전부다. 아내 이 씨는 “나이 마흔이 다 된 아들을 어떻게 부모가 부양하라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 씨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부양의무자인 부모에 의해 부양을 받는 것이 맞지만, 지금 우리 부부는 나이도 많고,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다. 부모님들이 일을 하셔서 몇 개월에 한 번씩 돈을 주시긴 하지만, 건강 문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며 돈을 쓰시는데 어떻게 우리 생활비를 달라고 하느냐”고 호소했다.
현재 김 씨 부부는 교통비, 임대료 및 관리비, 식비, 병원비 등 한 달 수입 64만원을 훌쩍 넘는 지출로 가계 운영에 곤란을 겪고 있다. 이 씨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가 크다”며 “서류상으로는 부양자가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신청자 개인의 경제상황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자식의 나이가 마흔이면 부모가 자식이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부양을 하고, 그 이후로도 20년을 부양했다는 것인데 정부가 언제까지 부모에게 자식 부양을 떠맡기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류 소장은 지난 2007년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평가와 대안’ 연구 논문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 “부과시킨 부양비가 실제로 지급되어 수급권자의 생활수준이 실제로 최저생계수준은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류 소장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한 후에도 김 씨 부부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 16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빈곤인구 585만 명 가운데 410만명, 즉 70.1%는 공공부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라고 법 개정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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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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