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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할인보다 장애인 경사로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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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305회 작성일 09-12-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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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답사를 해보니

지난달 커뮤니티 모임을 하려고 미술관 답사를 갔다. 가을도 되었고 올해 들어 첫 모임이라 늘 하던 모임에서 벗어나 좀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모임 구성원들에게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이 어떠냐고 했더니 다수의 사람들이 미술관을 선택했다.

마침 생각나는 미술전이 있어 혼자 답사를 갔다.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한지 알기 위해서…. 언제나 장애인들이 다니는 곳을 선택할 땐 그 장소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보다 전동휠체어는 들어가는지 화장실은 이용 가능한지 먼저 살피는 것이 필수이다.

미술관은 덕수궁 안에 있었고 마침 전철역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덕수궁 앞에 있어 교통편은 문제가 없었다. 미술관을 향해가는 덕수궁 안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서울한복판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이런 곳이라면 우리가 와도 불편하지 않을 거라 여기며 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향했다.

45도 계단 위 교만한 건물

드디어 미술관 앞. 이런 세상에(젠장만장 우라질레이션) 난간도 없는 45도 계단 위에 교만하게 서 있는 미술관을 보면서 허탈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생각했다. 이 비탈 같은 계단만 오르면 저 안은 그래도 괜찮겠지…. 올라가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나도 겨우 올라갔다. 현관 앞에서 반만 받는 입장료를 내면서 생각했다. 입장료 다 받아도 좋으니 제발 저 무서운 계단에 (샤방샤방한) 경사로를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그림을 감상하며 실내 편의시설을 둘러보았다. 보테로라는 화가의 전시회였는데 독특했다. 큐레이터의 낭랑한 목소리로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따라다니다가 모두들 이층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라, 이런! 아까 그 교만한 45도 계단이 안에도 있었다. '아니, 이런 개념 없는 건물을 봤나' 하고 눈으로 화장실을 찾아보니 일층엔 없었다. 황당한 마음으로 옆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큐레이터를 따라 이층으로 갔다.

화가의 그림은 원색적이고 독특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다 뚱뚱하고 비슷한 인물화가 많았다. 하지만 화가는 자신의 그림 속 사람들은 뚱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큐레이터가 설명했다. 설명을 듣다 보니 그림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림 속 뚱뚱한 몸이 장애가 있는 내 자화상처럼 느껴져 친근감이 들었나보다. 한참을 그림 속에 빠져 있다 정신을 차리고 휠체어가 이층으로 올라올 수 있는지 둘러보았다.

먼지 쌓인 리프트

여기저기 둘러보다 구석진 비상구로 가보았다. 앗! 여기 있구나, 리프트가. 하지만 그것의 몰골은 형편없어 보였다.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먼지로 흰 화장을 한 채 계단 끝에 매달려 있는 리프트. ‘준비 좀 제대로 해주지….’ 우리나라 전시 문화나 공연 문화 수준은 많은 발전을 했지만, 그 발전한 문화에 비해 전시나 공연장의 편의시설 수준은 이렇게 열악하다. 대학로 소극장까지는 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전시장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은 모르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세종문화회관 안 화장실을 장애인이 이용하려면 계단 다섯 개 때문에 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관람을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직원의 등을 빌려 객석으로 가는 수치심을 감수하며 관람을 해야 하는 것이 현재 공연장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장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은 아주 열악하다. 다른 나라들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과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공연장을 찾은 휠체어 장애인 관객을 위해 객석이 아래로 들어가 있어 장애인 관객은 휠체어를 그대로 탄 채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부럽다. 공연장에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복지할인보다 환경이 중요

장애인을 위한 복지할인도 좋지만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공연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주 비싼 공연이 아니라면 복지할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도 문화생활을 하고 즐길 줄 아는 관객임을 인식한다면 우리나라 문화 예술은 더 많은 성장을 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계단 때문에 미술관 모임을 포기하고 말았지만, 우리 회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미술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아쉬웠다. 다음에 그 화가의 전시회를 다시 한다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 장애인도 진정한 관객이다.

*칼럼니스트 김미송은 장애여성네트워크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해나가고 있으며, 부조리한 사안에 마주하면 본인의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뇌성마비 장애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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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미송 (dwnetwor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