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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결혼을 무덤이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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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80회 작성일 09-12-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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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혼식은 결혼 1주년을 이르는 명칭으로, 이 날은 종이로 된 선물을 주고받으며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 물론 서양풍습이다. ‘지혼식’이라는 책이 있다. 결혼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담은 야마모토 후미오라는 일본사람이 쓴 연작 소설이다.

야마모토 후미오는 20~30대 여성들의 심리와 고민을 섬세하게 포착해온 작가라고 하는데 지혼식에는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결혼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돌려서 말하는 대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은 8쌍의 부부를 통해 결혼 생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보여준다. 남녀가 부부가 됨으로서 벌어지는 감정의 대립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배신을 경험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내의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바다에 나갈 때는 일주일을 기도하라. 전쟁터에 나갈 때는 한 달을 기도하라. 결혼에 대해서는 평생을 기도해야 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렇다면 결혼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일까.

‘결혼 그거 하지 마세요. 내가 해봤더니 후회막심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99% 결혼을 했거나 해본 사람들이다. 결국 결혼은 해도 후회를 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를 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왕 후회 할 바에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무튼 결혼 1주년은 지혼식(紙婚式)으로 종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5년은 목혼식(木婚式), 10년은 석혼식(錫婚式), 25년은 은혼식(銀婚式,) 50년은 금혼식(金婚式)이라고 한다. 이처럼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일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인 회혼례가 있다.

회혼례(回婚禮)는 결혼 60주년에 나이 든 부부가 혼례의 복장을 갖추고 혼례의식을 재연하며 자손들의 헌수(獻壽)를 받고, 가족과 친지들의 축하를 받는다. 과거에는 사람의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회혼례는 극히 보기 드문 일로서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 같은 풍습이 어느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치 않으나 조선시대에는 회혼례가 성행하였으며 오늘날에도 행하여진다고 한다.

아무튼 설순순씨는 결혼을 했고 부부가 10년을 살았으니 목혼식은 지난 셈이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결혼 생활 10여년 만에 남편은 그만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똑똑한 여자는 때때로 어리석은 남자와 결혼한다 했던가.

설순순(薛旬順, 51)씨는 경상북도 금릉군 구성면 미평 3리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설기택과 어머니 최갑순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가 8개월이 되었을 무렵 어느 날 새벽 논에 물을 보러 나갔다. 아침을 먹으러 집에 들어 온 아버지는 어지럽다고 자리에 눕더니 그 길로 영영 일어나지 못하셨다. 아마도 심장마비려니 짐작만 할 뿐이었다.

큰언니가 12살이고 작은언니가 9살, 오빠는 6살, 막내언니는 3살이고 어머니의 배속에는 그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도 없이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천덕꾸러기였으나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랐다. 8살이 되어 구성국민학교에 입학을 하였는데 학교 가는 길에 어떤 차와 부딪혔다. 오른쪽 허벅지 부근을 다친 것 같았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고 별 상처도 없었다. 돈도 없는 집에서 차에 부딪쳤다고 하면 엄마한테 야단을 맞을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좀 아프기는 해도 그냥 참고 묵묵히 학교엘 다녔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오른쪽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다. 엄마는 깜짝 놀라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는데 시골에서는 김천 도립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골수염이라며 커다란 주사기로 허벅지에 고인 물을 빼내고는 입원을 하라고 했지만 형편이 안 되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돈이 없어 막내딸을 입원시키지 못하고 터덜터덜 업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길은 어떠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청춘에 과부되어 병신자식을 가르자니 그 심정이 오죽했겠어요.”

남편도 없이 딸 넷에 아들 하나, 그것도 막내딸은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유복자에 다리까지 못 쓰는 병신인데 어머니 당신까지 여섯 식구 입에 풀칠하랴 자식들 공부시키랴 어머니의 고초는 말이 아니었다. 설순순씨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목이 메어 말문이 막혔다.

“그러게 어머니 얘기는 묻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래요. 어머니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맙시다. 그는 입고 있던 치마를 걷어 오른쪽 허벅지를 필자에게 보여 주었는데 허벅지는 여기저기 움푹 패어 있었다. 움푹 팬 자리가 전부 주사기로 물을 뽑은 자리란다.
설순순씨 이야기는 2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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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