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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나는 기사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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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332회 작성일 09-12-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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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꿈꾸는 장애인 대학생 위현복씨

“기자가 단지 ‘글로써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쓴 글로 사람들의 삶이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독자들이 종이 냄새, 잉크냄새가 아닌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어요.”

‘언론고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 언론사에 들어가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갖고 남들보다 일찍 언론고시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신문과 지방신문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부지런히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고 있는 장애인 대학생이 있다. 바로 서울대 경영학부 3학년인 위현복(25·뇌병변장애 1급)씨다.

위현복씨는 원래 ‘공대생’이었다. 공학 분야의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2005년 고려대 정보통신대 전파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1학년 때 과 홍보신문을 만들면서, 자신이 쓴 글이 남들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로 다가간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위 씨는 사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2007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고려대 재학 중에도 교지 편집부 기자 및 지방신문사 인턴으로 일했던 위 씨는 서울대에 입학하자마자 대학신문사 기자에 지원했다. 대학신문에 지원한 장애인 학생은 위 씨가 처음이었다.

"몸이 불편한 애가 기자를 하겠다고 하는 것을 처음 봤으니, 편집인들이나 교수님들이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이 이동거리나 의사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셨죠. 당연히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남들보다 외부취재를 더 많이 나갔고, 시사상식에도 자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기자직에서 퇴임할 때 많은 분들이 한 학기 더 해주길 원하셨죠."

언어장애로 인해 전화통화가 조금 어렵다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인터뷰 기사를 쓸 때는 대화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취재 대상을 직접 만나 대면인터뷰를 했고,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해 매주 하루 이틀은 새벽까지 기사를 쓰고 기숙사로 돌아가곤 했다. 특히 발품을 많이 들여야 하는 르포 기사 또는 인터뷰 기사를 많이 쓰다 보니, 기억에 남는 취재도 많다.

“가장 보람 있었던 기사는 장애인 올림픽 대표선수들에 대해 쓴 기사에요. 하남, 수원, 조치원 세 군데를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취재했는데, 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기사도 썼고, 개인적으로 만나보고 싶었던 선수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그 때 취재하지 못했던 보치아 대표팀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렇게 약 2년간 대학신문 기자로 일한 위 씨는 올해 ‘2009 장애청년드림팀’에 참가해 또다시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영국의 언론사를 방문해 언론에서 나타나는 장애인 인식이 어떤지 조사했고, 영국의 장애인 패션모델 ‘켈리 녹스’에 대한 기사 등을 에이블뉴스로 보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현재 졸업을 1년 앞둔 위현복씨는 신문사 입사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일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등 두 개의 신문을 정독하고, 관심 있거나 중요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잘 모르는 시사용어는 책이나 인터넷으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고 외워둔다. 논술 및 작문 시험에 대비해 1주일에 약 3편의 글도 쓰고 있다.

위 씨는 방송기자보다는 신문기자를 지망하고 있다. 신문기자가 언어장애 등에서 더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레 21’이나 ‘위클리 경향’에서 긴 호흡의 기사를 쓰고 싶다는 위 씨는 “사실 어느 곳이든 붙여만 주시면 열심히 할 것”이라며 웃었다.

아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서 언론사에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은 없는지 묻자 위 씨는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고 답했다.

“제가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부모님들도 제가 기자보다는 공무원이나 회계사가 되길 원하세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신문사들이 저 같은 사람을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쓰는데, 비장애인 기자가 쓰면 ‘수박 겉핥기’가 될 수 있잖아요. 물론 신문사에 들어가서 장애인 관련 기사만 쓰고 싶진 않지만요. 그리고 저는 ‘장애 빼고는 남들보다 기자로서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입사 준비를 시작했어요. 제가 만약 장애 때문에 입사시험에서 떨어진다면, 그 신문사가 사회의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 씨는 장애인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특수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 언젠가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특수교육 정책에 대한 기사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신문, 대학신문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장애인인 나도 모르는 장애인 문제가 많구나’하는 걸 느꼈어요.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전문 책자를 보면서 나름대로 자료를 준비해 취재를 해도, 그 자료들만으로는 알 수 없는 문제들도 있더라고요. 기자가 되면 이렇게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을 기사화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동안 장애청년드림팀에 집중하느라 수업을 많이 듣지 못했다. 이제 졸업하기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바쁘다”는 위 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 서둘러 교내 컴퓨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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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