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없는 세상 위해 달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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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93회
작성일 09-12-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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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든 ‘장애인복지 전문기자’로 통하는 정창교 기자. 바쁜 기자생활 중에도 사회복지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다. 장애인 교육 관련 책을 세 권이나 낸 작가이자 ‘장애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유명 블로거, 매주 KBS와 YTN 라디오를 오가며 장애인계 뉴스를 전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장애인 분야를 넘어서 사회 복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내가 하는 일”이라는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장애인의 이야기가 있는 곳엔 언제 어디든 뛰어가는 열정적인 기자다. 정 기자가 이처럼 장애인 분야에 열정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95년 그의 아들이 세 살 되던 해, 자폐성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였다.
장애인 뉴스 찾아 삼만리…통합교육보조원제 도입 공 세워
아들 희원이는 여섯 살 때까지 엄마,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아무 일도 못한 채 희원이에게만 매달렸다. 기자라는 직업을 핑계로 아내에게만 책임을 떠맡긴 게 죄스러웠다. 정 기자는 아들을 위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장애인 분야에 눈을 뜨기로 했다. 시청이나 교육청 등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장애인 문제를 꼬집고 항의하는 등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기자라는 직업으로 각계각층의 담당자를 만나 장애인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당시 통합교육 현장에 최초로 유급보조원을 배치하도록 제안한 당사자였으며 전국 6만 5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제출해 2001년 인천시에 '특수교육보조원제도'가 도입되도록 이끌기도 했다. 그는 "장애 분야에 대해 몰랐기에 더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고 '기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희원이는 현재 고등학생 1학년으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정 기자는“다들 희원한테 밝고 씩씩하게 잘 컸다고 한다”며 뿌듯한 듯 웃어보였다.
그는 매일같이 동료들로부터 장애인 분야에 대한 질문세례를 받기도 하고 장애에 관한 전문적 의견이 필요한 자리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정 기자는 "예전보단 언론이나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애용어 구분도 못하는 언론들…'장애우' 표현 쓰지말아야
그는 주요 언론들의 보도 행태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지적장애로 용어가 바뀐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일간지 대부분이 정신지체로 표기하고 있으며 정신장애, 지적장애 뜻도 구분 못하는 기자가 장애인 관련 뉴스를 보도하더라. 언론 대부분이 장애인의 삶을 미화하거나 단발성으로 보도하는데에만 그친다."
정 기자는 "언론들이 예우를 갖추는 줄 알고 법정용어인 '장애인' 대신 '장애우'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며 "이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써 장애인 인식개선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기자 못기르는 시스템 문제…장애인 당사자적 관점 필요
그렇다면 언론들이 장애인 용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기자는 "한 분야에 전문적으로 파고들 수 없는 언론사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간지기자 대부분이 2년이 지나면 다른 분야로 옮겨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분야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장애인 분야를 집중적으로 접근하는 기자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에 언론인들이 장애인 분야에 관심 갖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며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정 기자는 “언론보도를 할 때 장애인 당사자적인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들이 장애인을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장애인 입장에 서서 보도한다면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기자는 “장애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는 것도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속적인 행사와 캠페인의 중요성을 전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만드는 게 나의 꿈”
아들 희원이 덕분에 모든 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정 기자. 그는 현재 인천 을왕동 늘목마을에 위치한 순복음평강교회 부설 '공항청소년여가생활센터'를 마련해 청소년들이 장애, 비장애를 떠나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비장애 아이들이 장애인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센터에 찾아오지만 나중엔 장애인의 순수한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하더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만 바꾼다면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마지막 꿈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 외식업체 CEO인 친구와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전적으로 부족한 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장애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전했다.
‘장애’로 인해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꾸준히 달려온 정창교 기자. "아들 희원이가 피아노와 기타 치는 걸 좋아해 음악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며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행복이 묻어났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복지가 잘 구축된 사회가 온다면 그것이 바로 차별 없는 세상”이라고 전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외치며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오길 바라는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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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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