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생활’ 한일국제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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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11-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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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활동보조시간 900시간
오랜 요구와 기다림의 결과
AJU 야마다 아끼요시 이사장은 AJU 자립의 집 복지홈 운영사례를 중심으로 일본의 장애인자립생활 체험홈을 설명했다. 야마다 씨는 AJU 자립의 집 복지홈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가 자립생활 실천의 기획·운영에 직접 관여하고 AJU 자립의 집 복지홈은 ‘장애인의 자립생활 체험홈’으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가족이나 직원의 ‘보호’아래 사는 수동적 생활이 아닌 독립된 한 성인으로 본인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홈 직원에 의해 일반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경험을 늘려가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기한은 원칙적으로 최대 4년간이며 복지홈의 직원들은 활동보조의 일을 하지 않기에 활동보조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일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실행해야 한다. 정원은 20명이며 미취업자, 복지취업자, 일반취업자별로 이용요금에 차이가 있다.
입주신청을 하기 전 복지홈을 방문해 직접 생활시설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으며 입주신청을 할 경우 면접담당자 2명이 면접을 한 후 전 직원이 심사해 입주여부가 결정된다. 입주 후에는 오리엔테이션, 자립생활프로그램을 통해 인간관계 맺는 법, 트러블 대응법, 건강관리, 금전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퇴소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집 찾기, 개조, 홈헬퍼 파견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야마다 씨는 자립의 집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서로 보며 자립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동할 때 구체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장애인당사자가 상담자(직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립의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지역 주민, 지역에서 떠나온 사람, 일하러 나가는 사람, 일하러 오는 사람 등 다양한 구성원을 만나 교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JU 자립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복지홈은 장기간 입소할 수 있는 체험홈 시설로 2009년 10월 현재 101명이 복지홈을 경험했다. 이들 중 83명이 자립생활을 시작했으며 시설로 돌아간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복지홈을 통해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사회로 나가기 위한 훈련의 장이 됩니다. 중증장애인들은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체험홈 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AJU 자립의 집이 있는 나고야시의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는 1달에 900시간입니다. 이것은 하루 24시간 이상을 말합니다. 덩치가 큰 중증장애인의 경우 목욕 등에는 2명의 활동보조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나고야시에서는 이런 상황에 2명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활동보조시간이 900시간이라는 야마다 씨의 말에 부러움을 나타내며 한동안 술렁였다.
“나고야시가 처음부터 900시간의 활동보조시간을 준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쳐 요구했고 그 결과 얻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만 해도 활동보조 등 장애인들의 요구에 대해 나고야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요구 끝에 1995년 나고야시의 모든 건물에는 휠체어 경사로, 리프트 등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요구 끝에 현재 나고야시에는 모든 버스에 리프트가 장착되어 있다. 이것 역시 처음 행정기관에 요청했을 때는 “당신들 때문에 고액의 비용을 들여야 하냐?”며 반문했었으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한국에도 자립생활센터가 10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자립센터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자립생활을 꿈꾸는 당사자를 위해서도 자립생활을 시작할 후배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택이나 결정 가능하다면
지적장애인도 자립생활 가능
광주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숙자 소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도한다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의 꿈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이나 결정이 가능하다면 지적장애인도 자립생활이 가능합니다. 장애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은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받아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주 소장은 자립생활 지원단계는 자립생활 동기부여단계, 자립생활체험단계, 자립생활실천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자립생활은 장애인당사자 자신의 많은 경험과 실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단계적인 지원과 인내를 통해 장애인이 개별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자립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립생활의 이념을 알리는 홍보 및 교육도 중요합니다. 장애인 리더를 양성해 생활시설 내의 장애인이나 재가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고 자립생활에 대한 정보제공, 기술훈련, 권익옹호활동, 동료상담 등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장애인 보조기구 임대 및 보급, 수리사업 확장, 저상버스, 리프트 장착차량 지원, 편의시설 확충, 주택개조지원 등도 확충되어야 할 요건이라고 주 소장은 강조했다.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 체험홈은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실시하는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이수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입주자 정원은 3명이다. 생활비는 월 15만원이며 3명이 차례대로 1개월씩 관리하며 가계부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체험홈 프로그램은 전혀 없으며 스스로 계획표를 짜서 생활해야 한다. 활동보조인, 자원봉사자 등이 생활을 돕고 있으며 화초 가꾸기, 컴퓨터 교육, 십자수, 글쓰기, 영화관람 등 개인의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다. 센터에서는 건물 보수공사, 비품 구입 및 수리, 자원봉사자 연결, 지역사회 복지기관정보 등을 제공해주고 있다.
법인시설에서 20년간 살았던 37세 뇌병변·지적장애2급 정 모 씨는 사회성이 낮고 자기주장을 할 수 없으며 한글은 본인의 이름 석 자와 숫자는 1~5까지 적을 수 있었다. 사회적응력이 낮아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시설측에서 정 씨의 자립생활을 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생활시설측과 정 씨의 어머니가 직접 우리이웃자립생활 체험홈을 방문하고 실제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을 만난 뒤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자립생활 체험홈을 시작했다. 체험홈에서 장보기, 버스타기, 요리하기, 시간관리 등 자립생활 기술교육 후 2004년부터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사무보조, 활동보조인 교육 시 자립생활 세미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법인시설에서 20년간 생활했던 36세 뇌병변1급·시각중복 정 모 씨는 뇌병변장애와 시각장애 중복과 언어장애가 있으며 한글을 모르고 손·발 기능이 없는 최중증장애인으로 청각기능이 있어 듣고 발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정 씨는 타 자립생활센터에서 실시한 자립생활 숙박체험 평가에서 지역사회 자립생활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동료상담가를 통해서 자립생활관련 동료상담을 하게 됐다. 자립생활 숙박체험 결과 동료장애인의 지지가 있다면 의사표현과 자립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동료장애인들의 의견이었다. 정 씨는 동료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받고 2009년 4월말부터 우리이웃체험홈에 입소해 자립생활기술훈련을 받고 있다. 현재 장애인들과 대화를 하던 중 실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을 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자립생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현재 임대아파트를 신청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자립생활 첫째 조건
자립의지가 있느냐 여부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자립생활의 전제조건의 첫째는 자립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이고 자립의지는 동기부여의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립을 지원하는 요소들인 활동보조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 지역사회네트워크, 경제적 지원(연금, 수당 등) 지역사회 환경의 베리어 프리 환경구축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일본의 경우 매월 95만 원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웨덴의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시간이 한 달에 2천 시간, 일본이 9백 시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80시간에 불과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주거지원은 제도적으로 매우 취약한 부분이라며 예산의 문제도 있기에 기존의 복지서비스에서는 시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최근 자립생활이 장애인복지 이념으로 등장되면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자립생활 체험홈’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자립생활 체험홈을 조사한 결과 지역출신의 장애인으로서 자립생활 체험계획서를 제출한 뒤 숙박기간은 일주일을 넘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립생활 체험기간 동안 활동보조서비스를 유급으로 지원하며 상담이나 자립생활 지원계획 작성을 위한 동료상담서비스가 지원된다. 그룹홈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이 상주해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으며 관리 운영 등은 이용자 본인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대부분이 이런 모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단기 자립생활 체험홈의 운영방식은 제도적 상황에서 비용부담이 크기에 훈련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또한 자립생활 체험홈을 운영하기 위한 재원구성이 마련돼야 하며 주택개조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생활신문 박지연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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