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꿈꾸는 장애인 컬링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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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14회
작성일 09-02-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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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경기를 앞두고 연습에 여념 없는 선수들은 남자 3명, 여자 2명으로 구성된 경북도 장애인 컬링대표팀.
팀이 꾸려진 지 1년여 밖에 안 됐지만 작년 동계대회에서 6위를 차지하는 등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이번 대회에서는 3위가 목표다.
다른 동계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컬링는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야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구인순(54.여.안동시.장애1급)씨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어서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정신력엔 자신이 있다.
한 살 아래인 최수자(53.여.의성군.장애1급)씨도 구씨 못지 않다.
2시간이 넘는 연습경기 내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 5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80이 넘은 늙은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최씨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작정이다.
최씨는 "평생 장애인으로 살면서 어머니께 이렇다 할 기쁨을 드리지 못했는데 앞으로 국가대표가 돼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자 선수들에 비해 남자 선수들은 모두 40대 초중반으로 비교적 젊은 편이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고명욱(45.의성군.장애1급)씨는 팀의 기둥답게 듬직한 모습이다.
군 복무 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20년 넘게 재활운동을 해 오면서 체력을 길러왔다.
탁구를 즐겨 하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링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고 있다.
남자 선수 중 유일하게 미혼인 김시택(44.봉화군.장애1급)씨와 멀리 문경에 사는 노병일(40.장애1급)씨는 젊은 혈기를 앞세워 파워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5명의 남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작년 9월부터 의성 컬링센터에서 맹훈련을 펼쳐 왔다.
멀리 문경, 봉화에 사는 선수들도 혹시나 팀워크가 흐트러질세라 만사 제쳐놓고 훈련에 참가해 열심히 땀을 흘려왔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그러나 이들의 훈련 여건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장비 구입과 훈련에 드는 비용은 물론이고 1시간에 4만원 하는 경기장 임대료가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 게임에 보통 2시 30분 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장 임대료만 하루 10만원이 넘고 있다.
경북장애인체육회가 여러모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비인기 동계종목이라는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 탓인지 이들은 빠른 시일 안에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고명욱 선수는 "선수들 모두 국가대표가 돼서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는 장애가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용민 기자 yongmin@yna.co.kr
출처 : 매일경제 (2009.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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