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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 감독이 만드는 ‘소리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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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진 조회 1,431회 작성일 17-08-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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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엔 오직 손말과 표정, 몸짓만 있을 뿐이다. 


비장애인이 만든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일터에서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상처가 그를 카메라 뒤에 서게 했다. 청각 장애인으로서 정체성을 당당히 내세우며 12년째 영화를 만드는 박재현(36) 감독 이야기다.​ 

 

박 감독은 3살 때 심한 중이염을 앓고 청력을 잃었다. 비장애인에게 한국어가 모국어이듯, 청각 장애인에게 한국 수어가 모국어라는 걸 인식하면서 카메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박 감독은 2006년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편의 영화를 '소리 없이' 만들고 있다. 초창기 영화에서 분노와 상처가 동력이었다면, 2009년 인도의 청각 장애인을 만나러 떠난 여행 다큐멘터리 '데프 인디아'를 계기로 이웃과 공동체, 역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농역사'를 만들면서 조선 시대 청각 장애인의 삶을 고찰했고, 현재 한국 청각장애 역사를 다룬 4부작 시리즈 '한국농역사'를 제작하고 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그가 만든 모든 영화는 이 글귀가 떠오르면서 시작된다. 차별을 극복하고자 시작한 일이 어느새 사명감으로 바뀌었다는 박재현 감독은 청각 장애인이 당당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오늘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