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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불안감: 장애와 재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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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진1 조회 1,820회 작성일 16-04-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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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재단에서 ‘미학적 불안감: 장애와 재현의 위기’를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은 문학에서 장애가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장애학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아토 퀘이슨은 가나 출신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아프리카 문학을 강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토론토 대학에서 아프리카 문학과 장애 문학,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 문학 등 탈식민지 문학에 대한 이론을 연구하는 평론가다.

역자 손홍일은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미국학을 전공하고 흑인 문학과 장애 문학을 연구하는 대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이다. 손 교수는 저신장 장애를 가진 장애인으로, 한국장애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장애 관련 번역서로 ‘보통이 아닌 몸’의 출간에 이어 이번에 ‘미학적 불안감’을 번역하였다.

저자는 먼저 서문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실명하여 군에 대한 추억으로 살았으며, 아버지는 어릴 적 다쳐서 지체장애인이 되었으나, 감히 장애 원인을 직접 물어보지 못했으며, 친척으로부터 들었음과 남에게 지기 싫어하며,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아버지의 기억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장애인 가족임을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스코프(뇌성마비장애인협회)의 캠페인을 이야기의 서두로 소개한다. 이 캠페인 포스터에는 “평등해질 시간-나는 장애인입니다. 못 본 척할 존재가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다.

스코프에서 사용하는 포스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사람만 그려진 것도 있고, 두 사람이 그려진 것도 있으며, 여러 사람이 나란히 그려진 것도 있다. 두 사람이 그려진 것은 캠페인을 위해 띠처럼 만들어서 자동차 유리 등에 부착하도록 제작되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그려진 것을 이 책에서는 소개한다.

이 포스터에 그려진 뇌성마비 장애인은 얼굴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으며, 구멍이 난 얼굴 뒤 그림자가 겹치면서 아우성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러 사람이 나오는 그림도 동일하다. 엘리슨의 소설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소리지르고 싶어한다. 이 포스터를 통하여 문학으로 재현되는 장애인은 문학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외침이 있음을 은유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새로운 개념을 설정하는데, 이것이 ‘미학적 불안감’이다. 장애를 만나면 장애인 자신이나 비장애인들은 불안을 느낀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막연하게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진다.

이러한 불안이 문학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투영되어 장애는 불안의 요소로 작용한다. 약하고, 부족하고, 천대를 받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를 대하는 독자 역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문학을 구성하는 구조상에서도 장애라는 것이 추가되면서 미학적 구조가 복잡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를 종합하여 미학적 불안감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미학적 불안감은 지배적인 재현의 규칙들이 장애와 관련하여 문학작품 속에서 우회(굴절)되는 경우에 볼 수 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혹은 세상이라는 정형 또는 무정형의 세계에서 장애인이 위치하는 설명하기 어려운 미묘하고도 모호한 경계와 긴장감, 그런 것들이 이 책에서 미학적 불안감으로 정의한 것이다.

장애라는 용어는 더 이상 손상으로부터 발생하는 저하된 능력이 아니란 개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완전하고 충족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는 어려움들을 만들어내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장애인이 생기기도 하고, 자본주의 생산계로부터 장애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한 지뢰 등 냉전의 산물로 장애인이 발생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역사를 서론에서 ‘계보와 변화’라는 소제목에서 다루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달리 장애인은 벌을 받은 사례가 아니라 형이상학적 징표로 받아들였다. 잉스타트와 화이트가 쓴 ‘장애와 문화’에서 하나의 징표로 인식했음을 볼 수 있다.

메리 더글라스가 쓴 ‘순수와 위험’에서는 몸은 상징의 원천이고 각기 기능이 있어 장애는 그 기능과 관련하여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장애인은 괴물 옆에 위치하게 되는데, 신체의 비대, 신체의 위축, 신체 부위의 이상 성장, 신체 부분의 과다, 신체 부분의 부족, 인간과 동물의 혼합 등으로 장애가 표현된다. 신플라톤주의(신이상주의)는 인간은 작은 우주로서 조화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불안상태가 장애인인 것이다.

중세시대에 와서 사회적 처우나 태도와 맞물려 장애를 인식하여 자선의 대상, 창조의 다양성 인간의 자긍심과 자급자족에 대한 도전으로 장애를 바라보았다. 구빈법은 장애인이 처한 상황과 가난을 연결시켰으며, 피터르 브뤼헐의 장애인 그림은 고전주의의 억압된 삶을 드러내 보이기 위하여 장애인을 등장시켰다.

정신이상은 천벌로 간주되었고, 1889년 영국 왕립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 사이의 성관계 결과 장애인이 양산된다고 하였다. 바그너의 ‘파르치팔’에서도 사회적, 도덕적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존재(성배를 모실 자격이 없음)로서 장애인을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장애인은 사회적, 도덕적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들’이라는 시를 쓴 새순과 ‘장애’라는 시를 쓴 오웬은 정신병원에서 만나는데, 새순은 전쟁을 비판하여 정신병원에 보내어졌다고 한다.

신대륙 발견과 더불어 장애에 대한 태도는 다른 인종과 교류에 대한 반응으로부터 발전하여 세균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종과 안전과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로 장애가 인식된다. 히틀러는 국가의 순수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장애인을 학살하였다.

장애에 대한 잠재의식의 두려움과 도덕적 공황의 문제가 문학적 담론 자체의 구성 안에 나타나 재현의 규칙에 따라 일련의 위기들을 만들어 낸다.

장애에 대한 고전적 미학적 구조는 일차적 단계는 다양한 긴장 상태가 파악되는 장애 인물과 비장애 인물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다. 상징의 모티브의 배열, 총체적인 서술적 또는 극적인 관점, 플롯(구성) 구조의 형성과 역전 등과 같은 텍스트의 다른 단계들에 굴절되어 있는 긴장 상태에 의해 불안감은 증대된다.

미학적 불안감의 두 가지 근원은 정상인이라는 개념, 공포, 연민, 매력, 혐오, 놀라움을 느끼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 된다. 장애인들은 온전함과 규범성이라는 상징적 개념의 기준에서 미학적 불안감이 촉발된다. 미학 즉, 문학적 영역을 초월해서 그 영역에 흡수되지 않으려는 효력을 갖는다. 장애의 재현이 미학과 윤리적 영역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엘리엇의 ‘황무지’ 등에서 보듯이, 문학은 오로지 정상과 비정상의 대립보다는 인정되지 않는 사회적 가정들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몸에 반영되어 있는 우연성을 상기시키는 것들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에 의해 뒷받침된다.

칸트는 “미가 목적의 제시 없이 대상에서 인식되는 한에 있어서 미는 대상의 함목적적 형태이다.”라고 하였다. 이는 장애가 수단적인 목적이 결여되어야만 미에 대한 주관적인 감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숭고한 것은 상상력과 이성 사이의 투쟁으로, 장애는 재현의 윤리적 핵심이 문학적-미학적 영역으로 완전히 동화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스나이더는 ‘내러티브(줄거리) 보정장치’에서 장애 지우기가 관객이 걱정하거나 계속 조심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거해 주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이 보정 장치의 미학적 내러티브 구조는 1.(발단) 일탈 또는 다름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2.(전개) 일탈의 기원과 결과를 설명을 요구하여 내러티브가 자신의 존재 필요성을 확고히 한다. 3.(위기 절정) 일탈을 관심의 주변에서 이야기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4.(결말) 일탈을 바로잡는다(제거)는 순으로 전개된다. 심청전이나 박씨부인전을 생각해 보면 이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다.

스나이더의 이 구조가 장애를 만나면 우회하기 때문에 미학적 불안감이 나타난다. 세익스피어는 서자를 내면적으로 기형이고 악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리어왕’, ‘리처드 3세’에서 악행과 장애가 교차되면서 복잡해진다.

작품 속에서 장애인의 위치가 대부분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긴 하지만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윌리엄 포크너의 ‘소음과 분노’, 베게트의 ‘몰로이’, 에르제의 ‘땡땡’(희극적 소재) 등에서 복잡성을 보여준다.

2장에서는 장애인을 다룬 문학작품을 유형으로 분석하는 것을 시도한다. 저자는 잠정적 유형 분류라고 하여 분류는 가설적, 시작단계임을 암시한다.

첫째 유형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도덕적 지위를 시험하거나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재현이다. 비장애인들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인간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편리한 그릇으로 ‘비평적 공집합’이 있는데, 이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공집함과 도덕적 재현으로서의 장애’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 세익스피어의 ‘폭풍우’, 제인 에어의 ‘영혼 만들기’와 ‘드넓은 사르가소 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등에서 이런 유형이 발견된다.

‘홈즈’에서 섹슈얼리티와 장애의 다양성,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서 짐 호킨스가 경험하는 모험에서 선원들은 특징적인 손상을 보여준다. 다름은 궁극적으로 주인공의 우수성을 확인해 주는 자기 발전의 과정을 촉발하는 것이다. 이를 두 번째 유형으로 ‘사회적 정체성과 같은 타자성과의 접점으로서의 장애’로 묘사된다.

디즈니 해양 모험 만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건망증 도리의 안내로 위험을 헤치고 모험을 하여 거북이들에게 모험담을 들려주는 이야기, 뱁시 시드화의 ‘영국 쪼개기’에서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이 등과 같이 모순되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장애가 사용된다. 이를 세 번째 유형으로 ‘주제적 궤도와 내러티브적 궤도 사이의 분리 상태에 대한 표현으로서의 장애’라고 하였다.

장애 자체가 직접적으로 도덕적 결핍과 악을 떠맡는 범주가 된다. ‘리처드 3세’에서 기형의 주인공, ‘줄리어스와 시저’에서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뇌전증이므로 시저의 암살을 정당화하는 것, ‘폭풍우’에서 캘리번은 야만스럽고 기형인 노예로 묘사되는 것 등에서 저자는 네 번째 유형으로 ‘도덕적 결함/악으로서의 장애’라 명명하였다.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사람’에서 주인공이 할복하는 장면에서 의안이 떨어짐을 나타내어 장애인임을 후에 드러내거나 하러 피의 ‘앵무새 죽이기’에서 백인 성폭행의 누명을 쓰고 재판 과정에서 기대어 서게 하여 장애를 드러내는 등 갑작스럽게 장애가 등장하는데 이를 다섯 번째 유형으로 ‘현현(드러냄)으로서의 장애’라고 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이디푸스(기구한 운명을 비관하여 스스로 시각장애인이 됨), 필록테테스(헤라클레스의 죽은 위치를 말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어겨 지체장애인이 됨), 아약스(전쟁 승리의 보상문제로 다투다가 오디세이로부터 모욕을 당하자 발광하여 자살: 정신장애인), 요루바의 설화에 나오는 트릭스터 신 에슈(삶과 죽음의 다리 저는 신) 등은 여섯 번째 유형으로 ‘의례적 통찰력을 나타내는 기묘로서의 장애’라고 명명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카산드라(아폴론에게 예언의 능력을 받았으나 그의 사랑을 거부하여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도록 설득력을 빼앗아감, 신성한 신전에서 아이아스가 카산드라를 겁탈하여 신성모독죄로 아이아스는 죽고, 아가멤논의 차지가 되나 그의 부인에게서 살해당함)와 이오(제우스에게 사랑을 받으나 그의 부인 헤라에게서 질투를 받자 제우스가 암소로 변하게 하지만, 헤라는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하여 감금, 제우스의 도움으로 탈출하나 헤라는 가는 곳마다 쇠파리를 보내어 괴롭힘)는 정신이상으로 표현된다. 마르케스의 레베카(백년의 고독), 이사벨 아옌데의 클라라(영혼의 집), 이본 베라의 마즈비타(이름이 없는) 등에서 ‘표현하기 어렵고 수수깨끼 같은 비극적 통찰로서의 장애’라고 하여 일곱 번째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나보코프의 단편 ‘기호와 상징’, 마이클 온다체의 ‘영국의 환자’ 등에서 장애는 난수표와 같은 난해함을 보이는데, 이를 여덟 번째의 유형으로 ‘해석적 난관으로서의 장애’라고 하였다.

머퍼의 ‘말없는 몸’,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스타인백의 ‘생쥐와 인간’, 윌리엄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의 작품은 의료적 모델로서 감금에 대한 비판으로 이들을 아홉 번째 유형으로 ‘정상 상태로서의 장애’라고 명명하였다. 이 작품들은 장애인 자신의 글쓰기로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차별적 장애를 말하고 있다.

미학적 불안감은 문학의 완성도가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미학적 불안감은 장애가 작품의 트릭의 도구 수준이 아니라 또 하나의 긴장을 만드는 구조로 문학을 더욱 복잡한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다.

3장부터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의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분석하는데, 의도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를 고른 것이 아니라 우연적인 일치라고 작가는 말한다.

3장에서는 사무엘 베케트(아일랜드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읽기를 통해 ‘승부의 끝’, ‘몰로이’ 등에서 해석적 난관으로서의 장애를 분석하고 있다. 4장에서는 토니 모리슨(미국 흑인 여류작가)의 작품 자세히 읽기를 통해 ‘어둠 속의 유희’, ‘술라’, ‘빌러비드’ 등에서 장애, 애매성과 관점의 변조를 설명하며, 다양한 유형으로 탐구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술라’에서 여성장애인이 이중적 장애로 아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마약중독 아들을 불태워 죽임으로써 신의 역할로 변조된다.

5장에서는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 작가)의 ‘강한 종족’, ‘광인과 전문가들’ 등의 작품에서 장애가 된 의식과 정치적 체계상의 기묘함을 분석하고, 6장에서는 J. M. 쿳시(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작품 분석을 통하여 자폐의 ‘의심의 대화’ 속에 나타나는 차별을 분석한다.

이러한 작품 분석을 통하여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알아보고,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맥락에서 장애를 분석하며, 장애 인물들이 갖는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7장에서는 문학작품이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벤섬의 수용소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분석하여 인종, 다름, 장애 그리고 로벤 섬 역사의 이질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장애 유형을 분석틀로 하여 결국은 사회문화 속에 장애가 어떠한 위치에 놓여 있으며, 이질적 존재로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인문학적 견지에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