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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의 이상한 장애인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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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진1 조회 1,140회 작성일 15-10-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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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나 화장실, 장애인주차공간을 찾을 때 우리는 아주 익숙한 그림을 찾게 된다. 이러한 그림을 우리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픽토그램(pictogram)이라 한다.

픽토그램은 그림(picture)와 전보(telegram)의 합성어로 사물, 시설, 행동 등 대상의 의미를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할 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약속이다.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문자를 모르는 사람조차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픽토그램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성·일반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화장실·관광안내소·지하철·교통표지판 등 공공장소나 공공시설에 많이 이용되는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픽토그램 표지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에서 픽토그램을 논의하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산업규격(Korean Industrial Standards, KS)로 제정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은 ISO 가입 52년 만에 올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총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픽토그램에 대하여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이유는 픽토그램은 상호간의 약속이고 사회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여서도 안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 19일 국립극장에 문화공연을 보러 갔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내려 장애인표시를 보고 화장실을 찾았는데 안쪽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는 것이었다.

분명이 장애인표시가 있어서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혹시 잘못 보았나 싶어 다시 밖으로 나와서 확인하니 분명히 장애인표시가 있었다. 그런데 안에는 휠체어를 타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안내하는 분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왜 장애인표시는 있는데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지.

나중에 알고 보니 장애인용 화장실이 극장 1층에 있었지만, 비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모든 화장실에도 버젓이 장애인표시가 붙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화장실에 장애인표시가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혼선은 사회적인 약속인 픽토그램을 잘못 사용한 경우이고 남용한 결과이다. 정말 급해서 그 그림을 보고 화장실을 갔는데 장애인화장실이 없어서 허둥된다면 이는 난감한 일이고 화가 나는 일인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 하나의 장애인전용주차장 공간에 각각 다른 3개의 장애인 픽토그램이 있어서 난감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마크가 ISO기준과 KS기준, 그리고 정체불명의 모양 하나가 있었다. 물론 이를 누구도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더군다나 장애우라는 표현과 장애인 주차위반을 계도하는 안내문도 불법 부착물처럼 붙여 있는 등 마음이 별로 개운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픽토그램은 사회적인 합의이고 약속이다. 한 번 잘못 인지된 기억은 금방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도 문제가 있는 것들은 바로 신고를 하여 시정하도록 해야 빨리 바뀔 것이다. 행정자치부에서 제공하는 ‘생활불편스마트폰신고’ 앱을 사용하여도 좋을 것이다.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서 ‘장애인이 정답이다’이라는 장애 관련 용어 바르게 사용하기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다. 10월 말까지 이 사회에 ‘장애우’라는 표현으로 잘못 쓰여지고 있는 용어들에 대해 신고하면 포상을 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사회가 개선되고 변화되는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