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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엔 아내와 1남녀, 다른 집엔 장애인 3명... 두 집 살림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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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은경 조회 813회 작성일 12-07-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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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사랑방'이란 문패를 단 허름한 단독주택에 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이 들이닥쳤다. "환경미화원이 장애인 데려다 일 시키고 학대한다"고 누군가 신고한 것이다. "구청에서 나왔다"는 말에 환경미화원 이흥배(43)씨는 조용히 자리를 피했고, 뇌성마비 장애 1급 이윤호(51)씨가 섰다. 윤호씨는 "내가 장애인이라고 생각도 못할 것 같으냐. 내 주거지는 내가 정한다. 이 집도 내 앞으로 돼 있다"고 했다. 구청 직원은 윤호씨 외에도 지체장애 1급 김병수(61)씨, 중풍으로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하창호(58)씨를 꼼꼼히 살폈다. 1시간 넘게 사랑방 식구들을 조사한 구청 직원은 결국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돌아갔다.



이 동네에는 이흥배씨가 가장(家長)인 집이 두 곳 있다. 하나는 그의 부인과 중3 아들, 초등6 딸이 사는 집이고, 다른 하나는 중증장애인 3명이 사는 '사랑방'이다. 한 집 살림하기도 부족한 환경미화원 수입으로 '두 집 살림'을 하는 이씨는 동네에서 '괴짜'로 통한다.



이씨가 괴짜가 된 건 고교 졸업 후 합기도 사범으로 일하다 별 생각 없이 장애인교회 야학교사로 지원하면서부터다. 장애인들이 합기도를 배우면 건강과 호신에 도움될 것 같아서였다. 합기도를 가르쳐주며 주말이면 교외로 장애인들을 데리고 나들이 갔다. 평생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았던 장애인들은 작은 풍경에도 아이처럼 좋아했다. 이씨는 그 모습 보는 게 뿌듯했다.



이씨는 뇌성마비 장애인 윤호씨를 봉사 과정에서 만났다. 한 달에 2~3번 윤호씨네 장애인 시설에 봉사를 하러 다니던 이씨는 2004년 초 그 시설에서 장애인 한 명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애인들을 쉽게 돌보기 위해 신경안정제 등 약물을 투여한 게 원인이란 소문이 퍼졌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뒤 윤호씨가 구타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씨는 '소문이 사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씨는 '이대로 가다간 윤호 형도 죽겠구나' 싶어 그 길로 자기 집 근처에 전세 600만원짜리 집을 얻어 윤호씨를 데리고 왔다.



이씨 아내는 "당신 수입으로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펄쩍 뛰었다. 이씨가 "나는 술·담배 안 하지 않냐. 술·담배 대신이라 생각해달라"고 설득했다. 1년 뒤 이씨는 중풍을 앓던 고향 선배 하창호씨를 두 번째 식구로 데려왔다. 아내는 "두 명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씨는 "남들은 낚시·운동 등 취미 생활하지 않느냐. 이 사람들 돌보는 걸 내 취미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2008년 지체장애인으로 시골 농가에서 일하다 쫓겨난 김병수씨를 세 번째 식구로 데려올 땐 쉬웠다. 아내가 먼저 "반찬 조금 더 하면 되지 뭐"라고 했다. 아이들도 사랑방 식구들을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다.



이씨는 일할 때 빼고는 사랑방에서 주로 지낸다. 세 명 모두 중증장애인이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점심 식사도 동료들과 먹는 대신 얼른 옷을 갈아입고 뛰어가 사랑방 식구들과 먹는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식비·병원비·전기요금·수도요금·기름 값 등으로 사랑방에만 매달 70만원 정도 든다. 이씨 아내가 동네 수퍼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2006년엔 이씨가 너무 힘들어 사랑방 식구들에게 "시설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윤호씨가 조용히 전동휠체어에 올라타 차도에 뛰어들려 했다. 20년간 시설에서 지냈던 윤호씨는 "단 며칠이라도 개인생활이 보장되는 곳에서 가족애(愛)를 느끼고 싶다"며 울었다. 이씨도 "자식을 고아원에 보내면 비난받듯, 이 사람들도 식구니 다신 그런 맘먹지 말자"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