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장애를 인정하니 마음 편해져"- 장애인가족 갈등 사례 당사자 조명애씨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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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5-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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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국립재활원이 개최한 10회 성재활세미나 ‘장애인 부부를 위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서 장애인가족 갈등 사례 발표자로 나선 조명옥씨가 남편이 뇌졸중으로 장애인이 되고 난 후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전한 말이다.
조씨의 남편은 지난 2006년 56세의 나이에 뇌경색으로 쓰러져 1급 장애인이 됐다. 조씨는 남편에 대해 “운동·언어·인지기능 손상으로 2~3살 아이와 같이 2시간 이상 혼자 둘 수도 없고, 혈압과 당뇨·경기·피부질환 등 많은 합병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조씨는 남편이 장애를 입은 후 “억지로 일으켜 세워놓으면 합병증으로 주저앉고, 좋아질 만하면 또 다른 합병증을 일으켜 중환자실로 끌고 다녀야 했다”며 “자꾸만 좌절이 반복되다보니 이제 남편은 동반자가 아닌 짐이 됐고, 난 그 무게에 짓눌려 끝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 좋지 못한 생각만 했다”고 당시 느낀 좌절감을 표현했다.
조씨는 그 때 ‘이 사람과 어떻게 죽어야만 잘 죽을까?’, ‘높은 건물에서 떨어지면 어떨까?’, ‘차를 몰고 가다 낭떠러지에 굴러버릴까?’, ‘어떻게 하면 애들한테 상처를 적게 주고 갈 수 있을까’ 등의 궁리만 했다며 잠시 말을 멈추고 눈시울을 붉혔다.
“내 인생 이렇게 살다 끝나나 보다 하는 자기연민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고 점점 모든 것에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게 됐다.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나 희망이 없어지니 사람이 차차 무감각해지고, 감정도 없어져 꼭 필요에 따르는 가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일상생활도 제대로 해나갈 수 없던 나날들, 조씨는 문득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부질없었구나’,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편에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만약 남편이 아니고 내가 쓰러졌다면 남편은 나에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상하게도 남편이 잘못했던 일이나 밉고 섭섭했던 일들은 떠오르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모습, 사랑했던 모습만 떠오르면서 ‘지금 남편도 참 많이 힘들고 외롭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마음을 바꿨다. 벗어날 수도, 도망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현실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조씨는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니 남편이 상식에서 벗어나는 엉뚱한 행동을 해도 웃게 되고, 때론 예쁘게 보이기도 했다. 내가 태도를 바꾸니 아이들도 아빠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힘든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남편을 위해 때로는 한 시간에 열 번씩 화장실 시중을 들어야 했고,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등 모든 일을 도와야 했다.
하지만 조씨는 “힘들고 화날 땐 남편에게 소리를 질러가며 화를 내면서 힘든 것을 마음에 쌓아놓지 않고 그 때 그 때 푸는 것을 배웠다”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자리에 누우면 꼭 죽은 것만 같다. 하지만 ‘내일 또 새롭게 살아나는 거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배우자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도 남편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방황과 죽음, 극도의 우울증상에서 빠져 나오는 데 2년 이상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조씨는 “이 과정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내 자신이 남편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며 “저처럼 너무 많은 기간을 허비하지 말고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와 가정을 위하는 일인 것 같다”라며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이야기 도중 그 동안의 어려움이 떠오르는지 몇 번이나 말을 멈추고 감정을 다스리던 그녀에게 청중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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