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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법원, 정신적 장애인 사형금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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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희숙
조회 7,406회 작성일 02-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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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정신적 장애인(the mentally retarded)에 대해 사형집행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9명의 대법원 판사 중 6명이 다수의견에 섰으며 주임판사인 렝키스트 등 3명은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었다. 다수의견을 쓴 스티븐스 판사는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충동을 억제할 능력이 없는 정신적 장애인들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하여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과도한 형량 부과를 금지한 제8 수정헌법(the Eights Amendment)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그러한 판결이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간 사형제도의 존폐를 두고 미국사회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 왔는데, DNA 검사 등을 통하여 사형수가 무죄로 증명되는 등 최근의 몇몇 사건들을 접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때 보다 큰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38개 주가 사형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 18개 주는 이미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사형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쓴 랭키스트 판사와 스칼리아 판사는 이번 판결이 지나치게 여론에 기댄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더더군다나 50개 주 중 38개 주가 사형제도를 지속시키고 있으며 그 38개 주 중에서도 50%가 넘는 20개 주가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사형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데 어떻게 대다수 미국인들이 사형제도를 반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며 다수판결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사형집행을 허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키르지츠탄(Krygyzstan) 등 세나라로 알려졌는데, 미국은 이문제로 인하여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반대의견을 낸 판사들은 또한 이러한 국제여론이 미국의 법을 판결하고 집행하는데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엠네스티 등 국제인권 기구들은 이번 판결이 '인권보호'의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번 판결에 대한 미국의 대체적인 여론도 호의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뉴욕타임즈는 6월 21자 사설을 통하여 이번 판결이 그동안 공정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집행되어 왔다고 비난되어 온 사형제도의 근본적인 결함에 대하여 재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번 판결은 1996년 8월 버지니아 주에서 아트킨이라는 이름의 흑인 청년이 다른 공범과 함께 한 피해자로부터 돈을 강탈하고 그를 총으로 쏴죽인 사건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나왔는데, 주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그의 IQ가 58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스로 범죄를 저지를 만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 심리학자의 의견을 증거로 제시하며 대법원에서 그 사건을 다시 다루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형법에서 범죄를 구성할 수 없는 정신적 장애인은 IQ 70 이하 혹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 등으로 규정되는데, 연방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분명하게 정신적 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주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과연 누구를 정신적 장애인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사형수들이 재심을 통하여 사형을 면할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오마이뉴스, 2002-06-24, 유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