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언론 속 복지관

장애인의 자립을 꿈꾸는 '빵굼터'엔 희망이 솔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지애 조회 1,234회 작성일 16-05-11 15:57

본문

노틀담 베이커리 르포

“장애인들이 직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동료와의 갈등이에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겨나죠.”

노틀담복지관에서 직업재활사로 15년간 근무하고 있는 조진원(여·39)팀장의 말이다. 인천광역시 계양구 계양산 자락에 위치한 노틀담 복지관의 아주 특별한 ‘빵가게’인 노틀담베이커리. 이곳에선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10여명이 지적 장애인이 매일 빵을 굽고 있다. 지난해 9월 ‘제16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유공자 표창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는데, 어떤 곳일지 궁금해 직접 찾아가봤다.

위~잉, 위~이이잉.

기계 작동음이 지하 2층을 가득 메웠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이곳에서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장비들로 중무장한 장애인들이 서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 1시간을 제외하고, 이들은 이곳에서 빵을 만든다. 장애인들의 컨트롤 타워는 제과제빵사인 정영규(남· 46) 대리. 그의 진두지휘 하에 장애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0명의 장애인들은 지적 장애 수준을 고려하여 반죽, 오븐, 계량, 설거지, 제품포장 등을 분업화하고 있다. 정영규 대리는 “장애인 연령대가 비교적 젊은 편이지만, 계속 서서 일하기 때문에 수시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다”며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2011년 신입 장애인 직원이 3명이나 들어왔을 때는 목이 쉬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베이커리 작업장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 장애인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하여 복지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정영규 대리의 임무다.

“장애인들도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아요. 월요일 일하는 거 싫어하고 금요일을 기다리죠.” 노틀담 베이커리 정한동(남· 34) 대리는 베이커리의 이모저모를 설명해주었다. 정한동 대리는 베이커리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정한동 대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장애인들이 만들었고, 모든 수익이 장애인들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강조하는 게 주 판매전략”이라고 말했다. 자가용으로 소속 장애인들이 만든 빵을 싣고 관공서나 성당 같은 가톨릭 재단을 방문판매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그는 장애인들이 손수 만든 빵들이 박문여고, 계양농협 로컬푸드, 주위 관공서로 팔려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 빵이 가장 먼저 진열되는 곳은 ‘담이네 1호점’. 대지면적만 1만1400평에 이르는 광활한 복지관이지만, 노틀담복지관 앞에는 경비실 대신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 집을 연상케 하는 ‘담이네 1호점’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크기는 2평 남짓하지만 담이네 1호점을 찾는 고객들은 많을 때는 하루에 100명이상 찾는다고 한다. 주 고객은 계양산 등산객과 인천계양문화회관과 노틀담복지관을 찾는 이들이다.


담이네 1호점을 맡고 있는 노틀담 복지관 소속 정은영(여·43)씨는 “지적 장애인들이 돈 계산과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해서 고객응대, 판매, 매장관리를 직접 담당한다.”고 했다. 정문을 따라서 50m 가량 내려오는 노틀담 복지관 본관 왼편에도 ‘담이네 2호점’이 생겼다. 윤상임(여·23)씨가 ‘담이네 2호점’을 관리하고 있었다. 윤상임씨는 노틀담베이커리에서 유일하게 계산업무를 할 수 있는 지적 장애인이다. 사회복지사 윤선애(여·41) 팀장에 따르면, 그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고 한다. 그녀는 담이네 2호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해맑은 미소로 응대하였지만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장애인은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힘들며, 노동시장 내에서도 고용자체가 불안정하다.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등에 시달리고 있다. 장애인들은 주로 생산직 공장에 취업을 하는데 정년이 30대 후반밖에 되지 않는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홀로서기를 위해 노틀담 베이커리는 20세부터 40세까지 성인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베이킹 클래스를 통해서 장애인들은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고 근로기회를 경험하게 된다.

‘노틀담’은 프랑스어로 성모마리아라는 뜻으로, 어머니를 상징한다. 모든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노틀담 베이커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희망의 일터다.

글/전세원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4기)

기사출처/더나은미래(www.betterfutu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