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서비스의 현금지급, 선택권 보장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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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재단은 25일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중심 사회서비스 정책과 실천’ 출판 기념 세미나를 열고 서적의 주요 이슈인 ‘서비스 현금지급과 개인예산제도’에 대한 공론화와 새로운 관점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Direct payment와 Personal Budget, 선택과 통제권 줄 것
“돌이켜 생각해보니, 직접 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이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어떤 선택도 없고 삶에 대한 통제권도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Direct payment(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느껴졌다. 돈을 갖고 가게에 갈 수 있지만, 목록에 적혀있는 품목만 구입해야 하고,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다시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ersonal Budget(개인예산제도)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성인이 된 느낌이다.” _ ‘장애인중신 사회서비스 정책과 실천’ 중/ 존 클래스비·로즈마리 리틀차일드 엮음
책에서는 영국에서 시행중인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 예산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장애인과 장애계 단체 운동의 결과로 1996년 입법, 개인에게 제공되던 직접서비스와 등등하다고 여겨지는 현금을 지급하고, 수령자가 자신의 지원 설계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후 영국 정부는 이 제도가 단기간에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보았지만 실제로는 전체 10% 내외에서 증가할 뿐이었다. 이유는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선택하는 경우 이용자는 스스로 서비스 제공기관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고, 또 서비스제공기관에 지불한 비용을 지방정부에 정산 보고하는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비스 관계가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 책임이 부담되는 등 불편이 이어지자 결국 이용자 단체는 다시 한번 정부에 대해 이용자 참여를 진작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시늉만 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게 됐다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이에 설계된 것이 개인 예산 제도다. 2003년 영국은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전체 지방정부에 도입돼 있다. 이 제도는 서비스 개인예산 제도에 있어 발달장애인 등이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고 도입됐다.
특히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는 지출 허용 범위에서 과감히 확대했다는 핵심내용을 담고 있다.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정부가 지정한 서비스 제공기관 또는 지정된 범위의 서비스에 국한하도록 하고 있어 현금성이 근본적으로 약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개인예산제도는 정부가 지정한 서비스와 제공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관련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평생교육 수강드도 서비스로 포함돼 서비스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책의 번역을 맡았던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용득 교수는 “두 제도는 동전의 양면처럼 여기지기도 하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별개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장애유형의 특성과 개인 욕구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해야 장단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주도성 존중 위한 세계적 흐름…관점과 인식 변화 등 선결 과제 많아
김 교수는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는 이용자 주도와 선택의 실현을 위한 첨단이고 대세임에는 틀림없다.”고 칭찬하는 반면 “그러나 이런 전략은 이용자 선택이라는 요소 이외에도 다른 요소에 대한 검토와 균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각기 다른 장점들의 균형과 장·단점의 조화를 강조했다.
먼저 제도는 이용자의 선택을 최고의 가치라고 할 때 효과성이 크다. 반면 현실적 서비스를 이야기 한다면 열악한 제공기관의 경쟁상태가 전투적으로 변화한다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공급기관들 간의 질서가 무너지고, 살아남기 위해 종사자들의 최대한 착취하는 본능을 작동, 그들의 노동환경과 권리가 열악해진다는 데서 신중한 고민과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도 도입을 위한 정부의 능력도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보편적이고 공평한 서비스 접근성과 서비스 이용자격 기준이 이미 작동하고 있어야만 두 제도도입이 가능하다.”며 “이때 서비스 진입 창구는 단일화 돼있어야 하고 누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보급돼야 한다.”고 밝혀 향후 국가적 기준 보급을 위한 정부차원의 노력을 시사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점은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나 개인예산제도가 유행처럼 이야기 되면서 도이되는 흉내만 내고 논의를 끝내는 상황이 올 수 있음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용자의 선택과 주도성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에서 보면 빠른 시간 내에 도입돼야 하지만 그 전에 전제적으로 해결돼야 할 일이 많음과 더불어 관점과 인식 등 체질의 변화가 있어야 함을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이상호 의원은 “제도 도입에 있어 가장 먼저 공론화를 통한 의제화, 이어 정론화, 마지막으로 총론화가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의 전략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영국과 우리나라는 장애개념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 개념은 단순 의료 모델이지만 영국은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직접지급방식에서 고려돼야 할 사회적 욕구에 대한 대응에 장애 관점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직접지급방식으로의 서비스 변화에서 제한적인 총량의 지급방식이 어찌 변화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귀결이 될 것.”이라며 “확실 출발이 되기 위해 현재의 위치를 뛰어넘는 포괄협력, 결정권자가 아닌 조력자가 최선의 선택임을 상기하고 실천, 장벽과 불이익의 확인과 제거가 한국 장애의제의 과제.”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변화가 강조됐다면 지방정부의 책임에 의한 서비스 사정과 전달체계, 장애인 서비스 실천 관점과 현장의 변화 등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노틀담복지관 이은기 사무국장은 “제도가 언제, 어떻게 도입할 수 있는가는 매우 다양한 정책적 조건에 의해 달라질 것.”이라며 제도 논의에 앞선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 ▲재정지원방식의 다양성 존중 ▲장애유형별 특성의 고려 ▲장애인구의 욕구 수요를 반영하는 재원 확보 등 고민과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 사무국장은 “두 제도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행 장애인복지 관련 서비스 인프라가 통합돼 하나의 단일 전달망으로 종합된다.”며 “개인에게 요구되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이용 권리와 개인 예산지원이 연결되는 구조로 개편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개인예산제도는 대폭적인 예산 증액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개별 욕구수요에 필요로 하는 예산 투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과정에서 이용자 선별과 배제가 계속될 것이고, 지속적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없다. 더불어 서비스 소요비용이 열악하게 책정돼 전문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보다 적극적인 조세 정책과 사회적 우선순위 부여 필요를 시사했다.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는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 두 제도 도입에 있어 장단점이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의 필요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는 그동안 현물로 제공돼 오던 서비스를 특정욕구와 사회적 욕구를 더해 현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라며 “일정정도 이념적 갈등은 있겠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는 반면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 해결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현물제공 방식은 제공기관만 있으면 가능했지만, 현금이 지급될 경우 얼마나,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제공하고 어디에 어떻게 사용가능한지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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