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로 국립중앙박물관 다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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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은경
조회 2,268회
작성일 10-02-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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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노틀담복지관 자원봉사자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실감케 하는 지난해 어느 날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내고 장애인 A씨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오려는 계획을 세웠다. A씨 가정에 도착하니 10시30분.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둘만의 새로움 경험을 다짐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오는데도 시간이 꽤나 많이 소요됐다. 오래된 저층 아파트라 장애인 경사로가 없어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경사로를 설치하고 내려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경사로를 원래의 자리에 갖다 두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든 준비완료! 출발하며 시계를 보니 11시10분이다. 작전역까지는 15분정도 걸렸다. 작전역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철 탑승. 부평역에서 환승해 서울로 가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서로가 지난날의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아뿔사! 이럴 수가! 부평역에서 환승을 하려는데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세 번의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겨우 1호선 전철을 탈 수 있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부평역이 이렇게 불편할 줄은 몰랐다. 리프트 3개 중 2개는 계단이 15개 정도 되는 낮은 계단이었다. 이런 곳은 경사로를 만들어두면 이용하기가 더 쉽지 않을까? 리프트를 이용할 때마다 역무원을 불러야 하고 그가 올 때까지는 마냥 기다려야 하고 이런 것을 반복해야하나 싶었다.
1호선 용산행 급행열차에 탑승하니 12시15분. 벌써 배가 고픈 것 같았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용산역에 도착해 이촌행 전철로 갈아탔다. 이촌행 전철에만 탑승하면 목적지인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다. 드디어 이촌역. 나가려고 출구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도 안보이고 리프트도 없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려가는 계단은 공사 중이었다. 비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말이 안나올 정도였다.
이촌역장이 나와 양해를 구했지만 너무 난감했다.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공사를 하다니…우리나라 최고의 ‘국립중앙박물관’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지하철로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박물관 개관한지가 언제인데 아직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용산역으로 돌아왔다. 용산역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4호선 이촌역으로 가면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다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은 상태라 박물관을 찾아간다 해도 미움만 남을 것 같아 인천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인천행 전철에 탑승해 부평까지 오는데 이용객들이 점점 많아졌다. 부평역에서 내려 인천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난감했다. 그 때 누군가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위로 올라가는 리프트를 이용하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알려준 대로 하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지만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부평역인데 휠체어로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지였던 작전역에 내리니 바람이 매우 차가웠다. 어느새 시계는 5시를 넘기고 있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의 경험을 나눴다. 집에 들어가기 위해 임시 경사로를 다시 설치하고 해체했다.
짧은 하루 장애인과 함께한 나들이를 마치며 ‘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모든 역사에 휠체어리프트는 사라져야 하며 엘리베이터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리프트를 이용할 때 소리나는 알림벨은 장애인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했다. 왜 장애인들이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할까. 짧은 하루였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느낀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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