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멋쟁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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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0-11-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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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이에요?”
“으응, 네 형수가 임신했잖니.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네 아빠가 태아보험을 들었지.”
“우와, 우리 아빠, 멋쟁이 할아버지네.”
장교로 복무중인 막내아들이 휴가를 나와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모자지간에 오손도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얼마 전, 새 며느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참 묘했다. 내게는 코흘리개 아이같기만 한 아들 녀석이 아기를 낳게 되다니 참 신기했다.
내가 벌써 할아버지라는 생각에 너털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새 생명을 잉태한 며늘아기와 태아에게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산모에게 보약을 한 첩 지어먹일까? 아니야 임신 중 보약을 잘못 먹으면 태아에게 해롭다던데. 직장 출퇴근길에 깊은 지하도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혹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등등. 걱정도 태산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걱정 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시아버지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순간 번뜩 떠오른 생각. “맞다, 산모와 예비 손주 사랑이를 위한 보험을 들어주는 거다.”
지난주 대전에서 삼성생명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시간에 나는 문득 예비 손주 생각이 나서 한마디 했다. “혹시 산모나 태아를 위한 보험도 개발하면 좋겠죠?” 그러자 교육생들이 큰소리로 합창하듯 “있어요” 한다.
요즈음에는 온갖 종류의 보험들이 다 개발되어 있단다. 나는 졸지에 구시대 사람 취급을 당한 꼴이 되어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그동안 산모나 태아에 관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으니 당연한 귀결물이 아니겠는가. 나는 속으로 ‘내가 아이를 키울 때도 태아보험이 있었나? 참, 별 신기한 보험이 다 있으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강의를 마치고 나가는데 몇몇 분이 태아보험에 관한 팜플렛과 명함과 판촉상품을 건네었다. 건네받은 판촉물을 승용차 안에서 펴보았더니 앙증맞게 생긴 ‘아기용 모기퇴치 손팔찌’였다. 이것 역시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다.
나는 아내와 상의를 했다. “여보! 사랑이를 위해 보험을 들어주는 거 어떻게 생각해?”
“나야 좋죠.”아내는 대찬성이었다.
“그럼 당장 보험을 들어 줍시다.” 나는 시각도서관 낭독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보험회사 지점장에게 손전화를 했다.
“지점장님, 지금 안 바쁘시면 저 좀 만나야겠어요.”
“무슨 급한 일이 있으세요?”
“우리 며느리가 임신을 했는데 태아보험이 있다면서요?”
“예, 여러 상품이 나와 있어요.”
“지금 당장 가입해야 겠어요.”
“그럼 제가 도서관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예, 지금 막 유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왔으니까 한 시간 후면 도서관에 도착할 거예요. 그때 봅시다.”
도서관을 방문한 지점장이 여러 가지 상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나는 뭐가 좋은지 잘 판단할 수가 없었다. 역시 나는 구시대 사람이 맞나 보다. 나는 지점장에게 며느리하고 직접 상의하라고 했다. 지점장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관장님, 며느님이 결정한 상품의 매월 보험료는 ***원입니다. 관장님은 멋진 시아버님이세요. 하하하.”
“아니에요. 이런 상품들이 있다는 걸 시아버지들이 알면 안 들어 주시겠어요? 허허허.”
보험가입을 마치자 며느리로부터 손전화가 걸려왔다. “아버님, 저 혜림이에요. 우리 사랑이 보험가입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사랑이 훌륭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그래,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선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단다. 아가야, 몸도 무거울 텐데 몸조리 잘 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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