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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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우리나라 18세 성인 1.630명을 대상으로 행복조건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양극화문제로 이명박 정부가 인기를 못 얻고 있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즉 상대적 빈곤층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논리는 남과 비교하여 잘 살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잘 살면 좋겠지만 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의 진정한 조건일까? 몇 해 전, 한화그룹의 김승현 회장 보복폭행사건을 보면서 재산이 많다고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물질적 풍요로 세상의 모든 것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한순간의 빗나간 부정으로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보면 꼭 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물질적 풍요는 누리지 못할지언정 마음의 여유를 얻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얼마든지 있다.
시대적 상황으로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어르신이 아침마다 내 집 앞을 청소하는 모습, 박봉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거동불편 장애인을 위해 차량 봉사하는 경찰공무원,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 봉사하는 가정주부들 등, 우리 주변에는 행복에 조건을 걸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오늘은 지인의 자녀 결혼식장을 다녀온 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아내는 교회 성경학교 학생과 완주 소양으로 캠프를 떠났다.
텅 빈 집에 혼자 남은 나는 끼니때가 되자 배가 고팠다. 밥통에는 아내의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이 한 그릇 들어있고, 가스렌지 위에는 곰국이 든 냄비가 있었다.
나는 가스를 켜고 곰국을 데우기 시작했다. 곰국 맛을 보니 싱거워 소금을 찾았으나 부엌살림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소금통의 위치를 알 리가 없었다.
난감한 마음으로 싱크대 윗 찬장을 열고 더듬거리다 나는 그만 커피잔을 건드려 싱크대 위로 떨어져 박살이 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치를 꺼내려고 냉장고를 뒤지다 그만 참기름 병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고 말았다.
더 이상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기 전에 포기하고 아내를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배는 너무 고프고 아내는 언제 올지 기약이 없었기에 나는 깨진 유리조각들을 피해 다니며 싱거운 뼛국에 밥을 말아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을 입에 떠 넣기 시작했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국밥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질 않아 할 수 없이 코를 막고 식사를 했다. 미각의 만족을 채워주지 못한 채 배고픔만 해결하는 무의미한 식사를 해야 한 내 자신이 참 처량했다.
나의 존재가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물질적 빈곤이 있더라도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따뜻한 정이 그리웠다. 물 말은 밥에 김치 한 조각이라도 아내가 내 앞에 앉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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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송경태 (skt221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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