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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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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854회 작성일 10-10-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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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홍씨, 체크포인트가 보여요?”

“아니요. 끝없이 황량한 모래벌판만 펼쳐져 있네요.”

“지금쯤이면 시간상 도착할 때가 다 되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예. 앞뒤로 선수들만 개미새끼만 하게 보이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태양은 뜨겁게 달군 불 망치로 메마른 대지를 사납게 두들겨대고, 언덕너머에서는 몸을 금방이라도 말려버릴 것 같은 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땅,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우리는 벌써 4구간 코스를 여섯 시간째 헤매고 있었다.

두 다리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앞으로 똑바르게 나아가야 할 발걸음이 자꾸만 서로 엉키고 있었다.

생수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체력은 방전상태며, 혼미한 정신은 사념마저 마비시켰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가야하나 하는 회의가 가슴 속에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마 누가 시켜서 왔다면 백 번도 더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삶이 아니었던가.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확인하듯 발걸음을 꾹꾹 밟아나갔다.

사막 레이스 경험 6회의 사막을 구른 짬밥 경력으로 미루어 보아 이때쯤이면 시원한 그늘과 갈증을 해소시켜 줄 생명수가 솟아나오는 생명의 땅, 희망의 숲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가도 가도 허허벌판이었다.

나는 긴급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든 간에 한 번씩은 반드시 고비가 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우선 잠시 멈추어서 숨을 고르는 것이다.

“철홍씨, 잠시 쉬어갑시다.”우리는 모래밭에 주저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엉덩이를 비벼댄 모래밭은 태양에 달궈져 있어 증기기관차에서 내뿜는 열기처럼 뜨거웠다.

후끈한 모래밭에 넋 놓고 앉아있는데 도우미가 희색이 만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배님, 자세히 보니 50 미터 지점 쯤에 체크포인트 깃발이 펄럭이고 있어요.”나는 속으로 ‘휴우우 살았다’ 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게 그것은 단순한 깃발이 아니라 생명의 깃발이었다. 안도와 감사의 시간이 지나가고 긴장이 풀리자 불평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체크포인트를 설치하면 어디 덧나나? 왜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설치하여 나를 골탕먹이냔 말이다. 체크포인트를 발견했다면 따가운 불 망치를 맞아가면서 여기서 쉬어갈 필요가 없었지 않았느냐며 나는 허공에 대고 삿대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우미도 긴장이 풀렸는지 그제야 말이 풀려나왔다.“선배님, 저는 언제까지 마냥 가야하나 참 막막했어요. 물은 없고 체력은 떨어지고 정말 혼났지 뭐예요.”

“철홍씨, 이게 바로 인생 아니겠어요? 인내하고 극기하면 반드시 희망의 숲이 나타나지요. 주최 측은 우리에게 참 인생 공부를 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님,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황량한 모래벌판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목표물이 눈에 보인다면 희망을 갖고 그곳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달려도 목표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힘들고 지쳐서 포기할 것 같아요.”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주최 측은 체크포인트를 눈에 잘 안 띄는 낮은언덕 뒤나 착각하기 쉬운 곳에 설치해서 선수들이 포기냐 강행이냐를 두고 많은 갈등과 고민을 하게 하지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면 발전이 없지요.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잖아요. 성실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의 열매를 얻게 되지요.

이것이 도전입니다. 도전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창조 작업이기도 하지요. 온갖 위험과 시련이 뒤따르지만 '진실은 통한다'는 믿음과 흔들리지 않는 용기로써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어둡고 습한 절망의 땅에도 희망의 새 길이 조금씩 조금씩 넓게 열리는 것이지요.

자, 생명의 땅, 희망의 숲에서 귀중한 생명수를 마음껏 마시게 어서 출발합시다. 야호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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