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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회구성원이구나, 살아있구나!" - 근로지원인서비스 받아 직장생활하는 공대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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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305회 작성일 09-04-0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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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인해 직장 내 업무수행에 부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 근로자에게 근로지원인을 파견해 업무지원을 돕는 ‘장애인근로자 근로지원인서비스’. 현수막 제작업체인 노란들판 디자이너 공대식(29·지체장애 1급) 씨도 지난해 3월부터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공씨는 오전 9시께 집에서 출근 준비할 때부터 오후 5시까지 총 8시간 동안 근로지원인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공씨의 근로지원인이 하는 일은 이동 지원, 식사 보조, 화장실 이용 돕기 등 일상적인 활동보조부터 공씨가 장애 때문에 업무상 처리할 수 없는 일을 지원하는 것이다.

주로 중증장애를 갖고 있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공씨가 원활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수시로 작업 자세를 잡아주는 일, 일반 키보드 사용이 불편해 화면형 키보드를 사용해 비장애인보다 서류작성이 느릴 수밖에 없는 공씨를 대신해 작업지시서를 작성하는 일, 현수막 디자인 작업시 수시로 진행되는 업무상 통화를 연결해주는 일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근로지원인서비스 받기 전 활동보조시간 쪼개서 활용

2007년 5월 지인의 소개로 노란들판에 입사한 공 씨. 입사 당시 근로지원인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공씨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시간을 쪼개고 쪼개 업무시간에 이용해야만 했다. 안 그래도 모자란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고,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만만치 않은 비용에 적잖은 부담이 밀려왔다.

“고맙게도 회사에서 활동보조서비스 추가 이용시간에 대해 금액을 지원해줬죠. 그래서 근로지원인 제도가 있기 전에도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수 있었어요. 안 그랬다면 고민했을 거에요. 다행이었죠.”

공씨가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회사측의 경제적 부담도 줄었고, 공씨가 회사측에 느껴왔던 마음의 부담감도 덜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공씨가 흡족하게 느끼는 점은 근로지원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일하는 속도가 빨라져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일을 하면서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공씨는 “장애를 보완할 수 있고, 일에 대한 능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근로지원인서비스는 제도로서 꼭 필요하죠”라고 말했다.

근로지원인서비스를 받아 일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공씨에게 직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직업을 가짐으로써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공 씨는 “장애인에게 있어서 직업이란 나도 사회 구성원이구나, 살아있구나 하는 경험을 갖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는 나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란 생각이 강했어요. 또 일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러나 직장에 취업해 일을 하면서 나도 어딘가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어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아니라 회사가 돌아가는데 조그마한 축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죠.”

“근로지원인 제도화되면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될 것”

중증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또 근로지원인서비스 시범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노란들판의 박시백 디자이너 팀장은 “근로지원인을 지원하지 않는 건 중증장애인에게 일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근로지원인서비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주변 동료가 해주면 되지 왜 근로보조인제도가 필요하냐는 물음도 많았어요. 그러나 공 씨의 경우 자세 잡는 것이 중요한데 다른 업무도 해야 하는 직원이 항상 옆에 있으면서 해줄 수는 없거든요. 또 가끔 도와줄 수 있고 도와준다 해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박 팀장은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시간을 근무시간에 쓰기에는 대다수 장애인들의 이용시간은 부족하죠. 그러다보니 부족한 부분만큼을 자부담으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죠”라며 “처음 우리 회사도 이 부분 때문에 부담이 됐지만 근로지원인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회사 부담도 줄었죠”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될 수 있도록 근로지원인서비스가 제도화 된다면 중증장애인의 고용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사들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기엔 부담에 많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근로지원인서비스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1년 동안 노동부가 사회서비스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후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은 2008년 10월부터 근로지원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맹혜령 기자 (behind81@ablenews.co.kr),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