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재미의학자 ‘오선지에 전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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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0-09-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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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비 극복 이승복 박사(자료사진).
존스홉킨스대 이승복박사, 저소득 음악영재에 강연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사지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에서 재활의학 전문의로 성공한 존스홉킨스대학 이승복(45) 박사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어린 음악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1일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소극장은 건국음악영재아카데미 3기 수강생 60여명의 재잘거림으로 가득 찼다.
“오늘 특강을 들으러 많은 분이 멀리서 오셨지만, 여러분보다 더 먼 거리를 고생하며 오신 분이 있다”는 사회자의 소개에 휠체어를 탄 이 박사가 무대 뒤에서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이승복 박사는 특별강연에서 1시간여 동안 인생 역정을 소개했다.
서울시가 지원하고 건국대가 주관하는 이 아카데미는 음악에 재능이 있지만 가정형편상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초등 3학년~고교 1학년 학생을 선발해 1년간 무료로 소질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이다.
“8살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미지의 세계인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고 말문을 연 이 박사는 "처음엔 동급생들의 놀림에 시달렸고 어려운 이민생활 탓에 가족의 정마저 사라져 깊은 공허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촉망받는 체조 선수였던 이 박사는 ‘금메달리스트가 돼 가족의 화목을 되찾겠다’는 일념에 매일 연습에 매진했으나, 1983년 훈련 도중 불의의 추락사고를 당해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다.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사방이 막힌 병실에서 보내며 내 인생이 완전히 끝나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이 박사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따뜻한 의사’가 되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결국 다트머스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존스홉킨스대학 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이 박사는 “긴 리포트를 완성하고는 온몸에 경련이 일 정도였고, 공부를 하는 데도 남보다 2~3배 시간이 걸렸다”며 “부모님과 교수님마저도 의대 공부가 불가능할 거라고 만류했지만, 미련할 정도의 끈기로 계속 한계에 도전했다”고 회고했다.
이 박사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지금 처한 상황은 한계가 될 수 없으며,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마지막으로 “일등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불가능을 이겨내는 이가 진정한 챔피언”이라며 “긍정적인 믿음과 꿈을 가지고 있다면 늘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카데미에서 2년째 작곡을 공부하는 변모(15)양은 오선지에 받은 이 박사의 사인을 품에 안고 “힘든 상황이 닥쳐도 진취적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동안 조그만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했던 내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강연 후 기자와 만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품고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강연에 응했다”며 “오늘 강연을 들은 학생들이 10~20년 후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성장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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