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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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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130회 작성일 10-08-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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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야, 어제 천왕봉 올라가는데 힘 안 들었니?”

“어휴, 말도 마세요.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 했는지 몰라요.”

“하하, 그랬구나. 그런데 왜 포기하지 않았니?”

“저보다 어린 동생들도 다 올라가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겠어요. 저도 체면이 있지….”

“어이쿠, 우리 승우의 체면이 걸린 문제였구나. 하하. 정상에 섰을 땐 어떤 느낌이 들었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야, 나도 드디어 해 냈구나 하면서요.”

“우리 승우 장하다, 장해. 큰일을 해냈구나. 정말 고생했다.”

한국산악회 전북지부가 주최한 ‘청소년 지리산 생태탐방 캠프’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열렸다. 캠프의 초청강의를 부탁받은 나는 별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의를 마친 후, 다음날 일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백두대간 구간인 고리재 코스를 등반했다. 이때 중학교 3학년생인 승우가 나의 안내를 맡았고, 나는 풋풋한 아이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내 등 뒤에 있던 동우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동우야, 힘들지?”

“예.”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는 길은 때로는 산을 오르는 것과도 같단다. 힘들면 힘들수록 성취감이 더욱 커지잖니? 등산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힘들게 올라갈수록 정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커진다는 걸 결코 알지 못하지.”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올라가는 데 기울인 노력이 클수록 더 큰 행복을 맛보게 되고, 그 행복한 느낌이 더 오래도록 기억되지.”

“지금 하는 이 등산처럼 말이죠?”

“그래, 지금 이 등산처럼 말이다.”

“관장님, 저 울음소리가 무슨 새소리인줄 아세요?”

“응, 잘 모르겠는데?”

“휘파람새소리라고 선생님이 그랬어요. 관장님, 바로 앞에 바위가 있어요. 조심하세요.”

“동우야, 고맙다.”

내 옆으로 장기자랑 시간에 멋진 비보이춤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던 지문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문아, 비보이춤 끝내주더라. 언제 배웠어?”

“헤헤, 고맙습니다. 고1 때 동아리모임에서 배웠어요.”

“지문이는 꿈이 뭐야?”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요.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니까 우선은 그게 목표예요.”

“지문아, 꿈을 향해 가는 길을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등산과는 전혀 다른 면도 있단다. 등산은 산에 오르면 반드시 다시 내려와야 하지만 꿈은 그렇지 않아. 산 너머의 산을 향해 다시 오르고 또다시 올라야 한단다. 계속 자라나고 진화하기 때문이야.”

“예,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계속되는 등산에도 쉬 지치지 않고 행복해 하는 사람, 그가 바로 꿈을 가진 사람이야”

“네,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참, 관장님. 아마존 가실 때 저도 데려가 주세요.”

“하하,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라. 중학교 동생들도 같이 가자고 아우성인 거 알고 있지?”

“예. 꿈을 갖고 도전하고 싶어요.”

캠프의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최 회장과 나는 소소한 후일담을 나누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우리들의 마음도 어느새 푸릇푸릇하게 살아나 있었다.

“최 회장, 애들이 너무 좋아해.”

“내년에는 백두산을 계획하고 있는데 잘 돼야 할 텐데 말이야.”

“잘 될 거야. 응석받이로 자라서 자기만 알았던 아이들이 도전정신과 배려 그리고 나눔을 실천할 줄 안다는 게 얼마나 큰 산교육이야?”

“송 관장,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정상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있는데 중학생인 듯한 아이가 다가와 영양갱을 하나 건네주면서 귓속말로 ‘힘 안 드세요?’ 라고 하더라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더라니까.”

“정말?”

“자기도 힘들었을 텐데 남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아.”

“허허, 정말 대견하구만.”

“요즘 아이들 철이 없다고들 하는데 어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아이처럼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해 줄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도 있으니 말이야.”
“그래, 맞아.”

“짧은 여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됐어.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미래가 참 밝다는 것이야.”

“그래, 우리 한번 외쳐 볼까? 대한민국 화이팅!!! 우리 친구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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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송경태 (skt221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