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쟁은 언제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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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71회
작성일 10-08-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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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많은 시험을 치른다. 작게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보는 중간, 기말고사 시험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보는 시험까지 아니 어쩌면 그 이후에도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우리는 많은 시험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두 가지 경우로 분류되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울고 웃는다.
그런 만큼 시험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조차 장애인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이다. 시험장의 편의시설이나 편의지원제도가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평등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인이 시험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장애 유형에 맞는 적절한 편의시설과 편의제도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관료주의에 물든 행정편의
얼마 전 한 국가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현 시설과 제도는 한숨이 절로 나오게 했다. 원서 접수를 하면서 장애인임을 밝히고 원하는 편의 요청으로 대필을 신청했다. 물론, 필기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른손에 장애가 있어 필기 속도가 느린 것 때문에 시험 볼 때 늘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필이나 아니면 시험 시간 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험 운영진 측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시간 연장은 아예 불가능하고 대필은 오른손이 불편하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직접 본부로 찾아 봐서 담당 직원에게 장애 부위를 보이라는 것이었다, 제출한 장애인 복지카드만으로는 오른손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애인 복지카드에 장애부위가 상세히 기재 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는 했다. 하지만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의사 진단서를 준비하거나 본부 직원에게 내 장애를 확인 받으러 직접 찾아 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만약 확인절차가 꼭 필요하다면 이 두 가지 외에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시험 당일 시험 장소에서 운영진이 응시자의 장애를 직접 확인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담당 직원이 응시자를 사전에 직접 방문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난 이 두 가지 방법을 담당 직원에게 제시해 보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사실 운영진이 제시한 방법은 이동성이 불편한 장애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장애인의 입장이 아닌 운영진의 업무 편의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장소 내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편의시설 또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국가 자격증 시험은 일반 중, 고등학교에서 치러진다. 그러다보니 학교 내 시설을 그대로 이용 할 수밖에 없고 대부분의 학교에는 아직 휠체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흡하다. 그래서 장애인은 학교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나 배정된 교실로 이동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원서 접수 시에 장애인임을 미리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실 배정을 4.5층으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물론 현장에 투입된 운영진들에게 도움을 받아 이동 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보다 제도적인 변화가 분명 필요하다.
편의시설과 편의제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할 때 요구하는 편의사항은 편의를 봐줘도 되고 안 봐줘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시험에 응시한 장애인이 평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누구나 시험이라는 것을 준비할 때는 합격을 꿈꾸며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편의시설과 제도 앞에서 장애인들은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달리기 경주에서 먼저 출발한 주자를 따라 잡이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어찌 진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조건에서 평등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 후에 맺는 열매의 맛은 과연 언제쯤이면 느껴 볼 수 있는 것일까?
* 이 글은 <장애여성 웹진 INU>에도 기재된 글입니다.
* 칼럼니스트 박주현은 글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꾸준한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장애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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