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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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0-07-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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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관장님, 닦아 놓겠습니다.”
내가 관장을 맡고 있는 도서관에 며칠 만에 방문하여 업무를 보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손끝에 자글자글한 감촉이 느껴졌고, 발바닥으로 바닥을 슬쩍 밀어보니 그것도 역시 지글지글했다.
나는 박 선생을 불렀다.
“박 선생님, 우리 도서관은 점자책을 많이 출력하기 때문에 종이먼지가 많이 날려요. 그래서 책상이나 바닥을 매일 물걸레로 닦아야 해요.”
“네, 잘 알았습니다.”
박 선생은 우리 도서관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라 이곳의 특성을 아직 잘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보통 하는 식으로 물걸레질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하고 평소에는 빗질과 물건 정리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지적해 주었다. 잠시 후 박 선생이 다가와 물었다.
“관장님, 죄송스러운 질문인데요. 바닥이나 책상 위에 먼지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아세요? 저는 바닥이나 책상이 깨끗해 보이기에 물걸레질을 생략했었거든요.”
궁금할 만 했다. 볼 줄 아는 박 선생에게 안 보이던 먼지가 볼 수 없는 내게는 보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발끝이나 손끝이 예민해서 무엇이 조금만 묻어 있어도 금방 알아요. 먼지 같은 경우도 바닥은 발로 슬쩍 밀어보고 책상 위는 손가락 끝으로 살짝 문질러보면 금방 감촉이 느껴지거든요.”
그 말을 들은 박 선생은 청소를 안 해놓고 했다는 거짓말도 못하겠다며 호호 웃었다. 나는 내친 김에 나의 청소상태 감지 능력에 대해 몇 가지 더 말해 주었다.
“나는 사우나탕 욕조 청소상태도 잘 맞추어요.”
“어떻게요?”
“탕 속에 손을 집어넣고 바닥이나 벽을 손끝으로 살짝 문질러보면 알죠. 청소상태가 불량하면 바닥이나 벽면에 물이끼가 끼어서 미끌미끌하거든요.”
“관장님은 못 속이겠네요.”
“그런 식으로 승용차 창문이나 차 외부의 청소상태도 알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새로운 것을 알았네요.”
“시각장애인이 사는 집안은 청소상태가 불량하여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해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은 청소 정도는 스스로 다 할 수 있어요.”
“눈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청소를 해요?”
“박 선생님도 집에서 눈을 감거나 밤에 전등불을 소등한 채 빗질이나 물걸레질을 한번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렵지만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러다가 잘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런 저런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박 선생은 이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관장님, 앞으로 책상과 바닥을 매일 물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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