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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은 아름다운 풍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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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46회 작성일 10-07-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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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라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다음 카페에서 첫 정모가 있었다. 그곳에서 작은 일을 맡아서 나도 준비를 하고 운전을 할 수 있어서 중도에 다른 운영자를 태우고 참석을 했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하나처럼 어울릴 수 있는 자리 각 지역에서 삼삼오오 같은 방향인 사람들끼리 서로 카풀들을 해서 모임 장소인 충남 논산에 있는 대둔산 한 펜션에 모였다. 온라인상에서 실명이 아닌 닉네임으로 불러지던 사람들이 영화 아바타 속 세상 같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빠져나와 불편하지만 함께 한다는 그 즐거움 하나로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한마음으로 모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모임이라고 하지만 모여 보니 장애인들이 더 많았다. 솔직히 비장애인들이 많았으면 장애인분들이 움직이는데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누구하나 자신의 장애를 이유로 돕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의 한계 안에서 최선들을 다 해주었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앉아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고 손이 불편한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도와주었으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또 다른 이들이 그들의 눈이 되어 낯 설은 환경의 답답함을 덜어 주었다.

휠체어도 이동이 불편한 경사로에서는 부르지 않아도 서로 힘이 되어줄려고 달려와서 모두가 내 다리 네다리 내 손 네 손이 없이 아무도 장애로 불편해 보이질 않았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장애가 심한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 위로도 받고 또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용기도 도전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나 서먹한 사람들도 혹시나 외톨이가 될까봐 서로들 챙겨주려고 하는 모습들도 아름다웠고 수고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함박꽃처럼 활짝 피어 정말 모두가 특별한 모습이지만 너무도 소박한 사람들임을 보는 이들마다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 모임은 먹고 마시고 이야기만 하다 끝나지 않았고 촛불을 하나씩 나누어가지며 잠시 명상의 시간들을 가졌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되기까지 장애란 편견이 가져다 준 시련과 고난의 순간을 수도 없이 겪으며 옷이라면 몇 번이고 확 벗어 던지고 싶었을 선천적 장애인들과 꿈에도 나는 아니겠지 하며 살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삶이 180도 달라져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중도 장애인들 누가 더 아프고 힘들었을지 그건 비교할 수 없는 부분들일 것이다. 그 중에 어느 중도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앓이 하며 살아온 날들이 내 일처럼 아팠고 나 역시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거짓말 같은 그 순간이 내게 일어나고 있음을 감사하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북 받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이든 비장애인들이든 살아오면서 가슴 아픈 눈물 보따리들을 하나씩 꽁꽁 숨겨두고 산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그 보따리가 톡하고 건드려지면 그땐 사정없이 담아둔 눈물들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쏟아져 버리고 마는데 바로 내게 그 순간 그렇게 되어버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노라니 저 불에 한 순간 재가 되어 사라졌을 내가 죽은 자들 가운데가 아닌 이렇게 살아 있는 자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거 그것 하나만으로 고맙고 감사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도 좋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또 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비록 움직임과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어떠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들도 귀 기울여 마음으로 들으려 하고 스스럼없이 따뜻하게 안아주고 손 잡아주고 서로 먹여 주고 하는 서로의 작은 배려들이 곳곳에서 한겨울 지난 봄 들녘 파랗게 올라오는 새싹들처럼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예쁘게 올라오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참석자 중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4명이 있었는데 펜션에서도 장애인들이기에 신경을 쓴다고 화장실 입구에 나무 경사로를 준비해주었는데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못했다. 왜냐면 올라가는 것만 생각을 해주었지 막상 화장실 문을 여니 바로 변기가 있어 휠체어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구조였다. 바로 그런 문제들이다. 비장애인들은 올라가는 것만 어렵게 생각했지 들어가고 나오는 것까진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각은 그 상황이 되어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다행이 화장실이 여러 개가 있어 그중 문턱은 높아도 휠체어가 화장실 내부에서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있어 다른 사람들에 도움으로 높은 문턱을 넘어갈 수 있었다. 만일 나같이 손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애인이라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번 정모엔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용이한 장애인분들이 모이긴 했지만 카페에는 중증 장애인분들도 다수 있는 걸로 안다. 그 분들은 누구에 도움이 없이는 집 밖으로 아니, 침대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시는 분들도 많은데 정모나 번개 모임들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한편 아프지는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알 수 없는 벽들이 있지만 장애인들 사이에서의 벽도 있음을 느끼면서 더 소외된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다음엔 멋진 경치가 있는 산 속 펜션에서의 만남도 좋지만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 회원들에게 찾아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다운 풍경화도 그려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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