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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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0-03-0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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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3-02 09:22:54
▲발달장애인 부모인 클락크 박사(Clark. 캘리포니아주 Kern지역센터 대표).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들과 활동가들이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지원 기관을 방문연수하였고, 이어 토론회에서 소개된 캘리포니아주 랜터만법(Lanterman Act) 전문을 보고 한국의 부모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300여 조항에 이르는 방대한 규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권리보장과 지역사회 통합,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촘촘한 지원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었다.
미국은 연방 발달장애인법과 재활법, 사회보장법(보험지원)에 의해 발달장애인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주정부 발달장애인위원회와 발달장애인옹호기구, 그리고 대학 발달장애인 교육연구센터 등 ‘세 자매 기관’이 골간이 되며, 주정부 발달장애인 지원국, 지역 지원센터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연방법 외에 랜터만법을 따로 두어 가히 발달장애인의 천국이라 할 만큼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지원들을 당연한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랜터만법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을 지적장애, 뇌성마비, 간질, 자폐증상, 유사한 지원이 필요한 이들로 좁게 규정하되, 대기자가 없이 재정과 서비스를 최대한 지원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은 25만명 정도인데,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소득 및 의료보장액을 제외하고서도 21개 지역센터들이 지원하는 서비스액만 연간 5조원 규모로서 1인당 2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법이 보장한 개인 중심의 지원계획에 따라 개인에게 연간 1억원이 넘게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곳 발달장애인 성인들은 90여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으면서 주거 등 추가비용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3분의 2이상이 지역사회에서 직업생활을 영위하며, 각종 의료 및 자립생활 지원을 받으며 어느 정도 자립해서 산다고 한다. 물론 캘리포니아주 발달장애인의 1%에 해당하는 2천 2백명의 생활시설 거주자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발달장애인 국제 포럼에서 클락크 박사가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발달장애인 지원제도에 대해 몇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클락크가 설명한대로 캘리포니아의‘(발달장애인)지역 센터’는 아주 좋은 실천모델로 평가되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이 많았다. 캘리포니아의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의 역할은 최근 바우처지원 등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 지원사업과 판이하게 다른데, 직접적인 서비스 보다는 서비스 중재(Coordinater)와 개인별 지원계획(Individual Program Plan)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좋은지 충분한 검토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복지전달기구와 부모단체 등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으로 발달장애인의 자기 선택과 자립생활을 존중하고, 나아가 고용가능성을 중요시 한다.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에 대한 고민 없이 부모 등 보호자의 요청에 근거해 양적인 서비스 확대에만 급급하다. 이제 발달장애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세밀하게 확인하는 당사자 선택권 보장과 서비스 조정에 대한 실천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부모연대의 연수보고와 토론회, 그리고 지난 포럼에서 클락크 박사가 언급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랜터만 법에 근거한 발달장애인 지원은 주정부와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 비영리 민간기관에 의해 주로 수행되는데, 민간사업체(Private Corporation) 성격이 매우 강하다. 클락크 박사가 지역센터 서비스의 경제성과 효과성을 중요하게 언급한 것을 보더라도 민관 협력기구라기 보다는 민간 위탁사업체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민간 사업체로서 발달장애인들이 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대기하거나 예산상 한계로 인해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마치 상업적 회사가 재정 범위 안에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원서비스의 비용효과성을 중요시하므로 장애인 생활시설 보다 비용이 적어야만 하며 또한 발달장애인 개인에게 별도의 서비스 필요성과 그 효과가 입증되어야만 서비스가 지속된다.
랜터만법의 서비스 제공원칙에는 1)비용효율성이 있어야 하며, 2)서비스의 효과가 있어야 하며, 3) 이용자가 선택한 것이 반영되어야 하며 4)사회 일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Kern지역센터 경영자인 클락크 박사는 비용부담 때문에 이용자의 선택권이 축소되는 경향이 있고 문화여가, 비의료적 치료, 재가 행동지원 등의 서비스 예산삭감이 되고 있어 고민스럽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결국 랜터만법이 미국 전역의 발달장애인 지원제도 보다 한걸음 더 진일보한 것이긴 하지만, 지극히 미국적인, 즉 경제성과 효과성에 기초한 민간사업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과연 우리나라와 같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기초서비스가 태부족하여 시급히 공공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에서 취사선택의 문제가 남는다고 하겠다. 랜터만법이 규정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와 서비스 내용은 충분히 가져올 만 하지만, 전달체계에 있어서 실행하는 주체를 민간의 사업체로 하기에는 너무나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방정부의 재정과 지원인프라 편차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포럼에서도 소개된 Taft 대학의 발달장애인 독립생활 전환을 위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인 TIL(Transition to Independent Living)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모든 지방정부가 막대한 소요재정을 고르게 부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공익적 사업을 상업성이 강한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에게 과연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우리 현실에서 우선은 정부 주도, 공공기관 주도의 서비스 전달이 좀 더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미국 발달장애인법이나 캘리포니아 랜터만법에 기초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역할은 권리옹호와 성인기 직업활동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이는 우리네 장애인 부모운동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랜터만법은 가족을 일차적인 서비스 제공자로 규정하여 중요한 지원주체로 삼고 있다. 가족기능과 부모의 역량강화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부모운동에서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Bakersfield 지적장애인연합회 짐 볼드윈 회장(Jim Baldwin)이 소개했듯이 장애인 부모조직은 권리옹호기구(Protective & Advocacy system), 피플퍼스트(발달장애인 자기옹호그룹) 등과 연계하여 권리옹호에 주력하면서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직업생활(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재활용품, 서류 파쇄, 목공 등 사업체와 지원고용 등)에 참여하여 수익창출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인 부모운동은 재활치료나 보호, 공동생활 가정 등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자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반성해 본다. 더 이상 전문가 영역인 서비스 제공에 매몰될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리옹호기구를 조직하여 연대하여 싸우고, 피플퍼스트 운동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현실적인 사업장을 개발하는데도 힘을 모을 필요가 있겠다.
이제 복지부를 비롯한 행정부와 지방정부 책임자들이 어떻게 하면 해외의 훌륭한 제도를 우리의 것으로 정착시킬 것인지 제대로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 부모들도 전향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를 법제화하는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운동,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지방조례 제정 운동을 통해서 나라의 정책을 하나씩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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