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장애연금으로 장애인 괴롭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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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67회
작성일 10-02-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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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 확대 가능성마저 봉쇄하려는 폭력행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02-27 14:22:25
▲장애인 괴롭히기 동영상 캡처 화면. ⓒ에이블뉴스
이번 주 인터넷 세상에서 ‘장애인 괴롭히기’ 동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한 남자 고등학생이 오락실에서 성인 지적장애인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강요하면서 언어폭력을 가하는 충격적인 영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장애인계에선 그 흔한 논평이나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 동영상을 두고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짚어보기에 앞서 씁쓸한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장애인 괴롭히기’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10위권 내에 들자, 주요 인터넷언론들은 앞 다퉈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내보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괴롭히기라는 검색어가 인기검색어에서 내려가자 더 이상은 관련 기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트래픽을 쫓아 비슷한 기사를 수차례 내보내다가 이슈가 네티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언론도 관심을 놓은 것입니다. 요즘 인터넷 언론의 보도 행태가 이렇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장애인 괴롭히기는 분명한 범죄이자 폭력입니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에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32조(괴롭힘 등의 금지) ①장애인은 성별, 연령,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에 상관없이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괴롭힘 등의 피해를 당한 장애인은 상담 및 치료, 법률구조, 그 밖에 적절한 조치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괴롭힘 등의 피해를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③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사적인 공간, 가정,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누구든지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표현, 희롱, 장애 상태를 이용한 추행 및 강간 등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근절하기 위한 인식개선 및 괴롭힘 등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적절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 등을 근절하기 위한 인식개선 및 괴롭힘 등 방지 교육을 실시해야합니다. 과연 이번 사건의 가해 학생이 그러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을 철없는 한 고등학생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 학생을 징계하는 것이 마치 학교와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가 아닙니다.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는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폭력은 누가 뭐래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동영상에서 가해 학생이 성인 지적장애인에게 언어와 몸짓으로 위협을 가한 행동은 분명한 폭력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가하는 것은 분명히 지탄받아야할 행동입니다. 가해 학생과 부모가 피해 장애인당사자와 가족에게 찾아가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요, 학생과 부모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폭력은 눈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은폐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초장애연금 도입과 관련한 언급을 하려는 것인데요. 이명박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는데, 대표적인 치적으로 기초장애연금 도입을 내세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도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길이길이 남아 이명박 대통령은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기초장애연금 도입은 사회복지 역사에 있어서도 굉장히 큰 사건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재정 부처의 안이한 판단 미스로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 장애수당에서 이름만 바꿔서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초장애연금 도입으로 새롭게 혜택을 받는 장애인들이 생겨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의 파급 효과를 기대했다면, 장애수당 대상자를 넓히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굳이 기초장애연금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초장애연금의 도입은 그동안 우리사회가 애써 외면해왔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해지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밟는 것입니다. 장애인 10명 중 겨우 1명만 받을 수 있도록 해놓고,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는 무책임한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월 임시국회가 끝이 났습니다. 기초장애연금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이 법안이 쟁점 법안으로 분류됐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바로 기획재정부 등에서 반대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한 이의제기인데요. 대상자가 늘어나면 예산도 늘어야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기초장애연금을 받도록 해놓고도 모자르다는 것입니다. 아예 근본적으로 대상자 확대 가능성을 막아놓아야 속이 시원하다는 심보입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서 결론을 내놓은 법안인데도, 그 무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바로 앞서 한나라당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기초장애연금 예산을 반 토막 내버린 것과 오십보백보입니다.
일련의 행위들은 그야말로 폭력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장애인들을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몰아놓고, 이제는 경증과 중증을 나눠서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수당과 장애연금은 엄연히 성격이 다른 것인데,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숫자 노름만 하고 있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행태입니다. 이러한 기획재정부의 폭력적 행위는 건전한 토론조차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복지 학자들도 공범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팔장만 낀 채 수수방관하는 학자들은 수업 시간에 제자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칠지 궁금합니다.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는 듯해서 씁쓸한 따름입니다.
기초장애연금을 도입하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어떠한 복지혜택 한 가지를 얹어주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폭력의 시대는 이제 종식을 해야 합니다. 가해자인 정부는 장애인 앞에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기초장애연금과 관련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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