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 들려주는 뇌성마비 ‘하늘이’와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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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38회
작성일 09-12-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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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이네 커다란 식탁이야. 이 집에 온 지 10년. 반들반들하던 내 몸은 온통 흠집투성이가 되었어. 하지만 나는 이 집 식구들을 아주 좋아해.”
거실 한가운데 늘 놓여있는 오래된 ‘식탁’이 말하는 ‘하늘이네’ 이야기. 식탁 앞에서 가족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의인화된 식탁의 눈으로 하늘이네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머니, 이 애, 죽었어요?”
‘하늘이’는 장애어린이다. 뇌성마비인 하늘이는 스스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몸에 호스를 꽂은 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고, 약을 먹거나 가래를 빼주는 일도 가족들이 도와야 한다.
이런 모습은 누군가에게 ‘살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너는 내가 힘들어 보이겠지만, 나는 지금 행복해. 나도 너처럼 우리 가족과 함께 오래도록 즐겁게 살고 싶어.”
하지만 하늘이는 형과 누나와 함께 있을 때 기쁜 듯이 눈망울을 움직이고, 합창단원들이 불러주는 노래에 미소를 짓는다.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삶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살아있는 존재’인 것.
이 책은 하늘이는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삶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하늘이는 이러한 마음을 식탁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전한다.
저자는 이 책에 등장하는 하늘이의 아버지로, 실제 뇌성마비인 아들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그러나 저자는 식탁의 눈을 빌려 장애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위의 시선과 하늘이에 대한 걱정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 하지만 하늘이와 함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며 건강하고 따뜻한 삶을 만들어나간다.
저자는 “마주치는 사람들이 ‘힘들겠군요’, ‘힘내세요’라고 말할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하늘이와 살아가는 기쁨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하늘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에게 ‘이 아이도 너랑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소망을 전했다.
최지희 기자, 장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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