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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 10명 중 2명도 못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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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40회 작성일 09-12-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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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계 핫이슈는 누가 뭐래도 장애인연금 예산 확보입니다. 내년 7월 장애인연금을 도입한다는 목표아래 현재 국회에서는 장애인연금 예산안 심의가 한창입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지난 8일 복지예산안 심의를 마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수정예산안을 넘기면서 장애인연금 예산도 일단락 지어졌는데요.

복지부 원안까지 증액된 장애인연금

과연 얼마나 증액됐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장애인연금 예산은 1,519억원에서 1,666억원이 늘어나 총 3,185억원으로 증액 편성돼서 예결위로 넘겨졌습니다. 이 안은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와 협상을 하기 전에 제출한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이른바 ‘복지부 원안’까지 증액이 된 것입니다.

장애인 여러분들의 관심은 ‘과연 나도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받게 된다면 얼마나 받게 될 것인지’에 있습니다. 예결위에서 수정안 그대로 장애인연금 예산을 결정한다면, 일단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이 장애인연금을 받게 되는데요. 중증장애인이라고 하면, 장애인복지법상 1-2급 및 다른 장애가 중복된 3급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숫자로 말하면 약 41만명이 연금을 받게 되는데요. 전체 장애인의 18%만 받을 수 있습니다. 즉, 10명 중 채 2명도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참고적으로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10명 중 7명이 받고 있습니다.

연금액을 살펴보면,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는 기초급여, 부가급여를 모두 합해서 24만 1천원을 받게 되고,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은 21만 1천원, 나머지 대상 장애인들은 19만1천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복지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장애연금은 실질적으로 중증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마련돼야 한다"면서 "정부 원안에 동의했지만 앞으로 예산증액을 위한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로 넘겨진 정부안보다 2배 이상 증액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장애인들이 주장했던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장애인계 안은 민주당 박은수 의원을 통해서 국회에 대표 발의됐는데요. 총 예산규모가 1조1,860억원 정도가 됩니다. 이번에 증액된 안이, 3,185억원이니까, 무려 8,675억원 정도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현재 발의된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안도 8,652억원 수준이니까요, 5,467억원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수정안을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장애인계는 고민이 많은데요. 104개 장애인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연금법제정공동투쟁단(공투단)'은 성명서를 내고, 이렇게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만족할 수 없지만, 수용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합의된 3,185억원 장애인연금 예산이 향후 한 푼이라도 삭감되거나 삭감하려는 도발이 있다면 480만 장애인대중과 장애인계는 장애인 연금을 거부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3,185억원이 장애인계가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으로 정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공은 국회 예결위로 넘겨졌는데요. 예결위 위원장이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인 심재철 의원입니다. 심 의원은 보건복지가족위 소속이기도 한데요, 지근거리에서 장애인연금 심의과정을 지켜봤기에 장애인연금 수정안에 대해서 심 의원이 더 이상의 삭감이 없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장애인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8일 전체회의에서도 변웅전 위원장이 예결위원장이 계시니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 본인부담금 늘어난다

내년도 활동보조서비스 예산 증액도 장애인들의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올해 예산이 부족해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져서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수정예산안을 보면, 총 335억원이 늘어났습니다. 정부예산안의 규모가 1,292억5천만원이었는데요. 335억원을 증액해 1,627억5천만원으로 예결위로 넘겨졌습니다.

이번 예산증액으로 전년대비 서비스대상은 2만5천명에서 3만5천명까지 늘어나고, 서비스 평균시간은 72시간에서 78시간으로 늘어납니다. 다만 서비스단가는 원래 정부안인 7,300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서비스단가는 7,500원에서 오히려 줄어든 것인데요. 대신 장애인이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생활시설에서 나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설퇴소장애인자립정착금지원’ 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되살아났습니다. 이 예산은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었는데요, 이번 복지위 예산 심의과정에서 총 5억원으로 부활이 됐습니다. 장애인생활시설에서 퇴소하는 장애인 100명이 각 5백만원의 자립생활 정착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입니다.

복지위 “LPG 지원제도 계속 유지해야”

국회 복지위는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사업을 내년에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예산을 결국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LPG 공급회사들의 담합사실까지 밝혀져서, 정부에 대한 장애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차량은 운전하는 장애인들은 정말 허탈하게 만든 소식이었습니다.

다만, 수정예산안을 통과하면서 부대의견을 달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예산결산소위원장을 맡았던 양승조 의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인차량 LPG연료 세금인상분 지원을 계속해서 유지돼야하는 것이 민주당 의원들의 보편적인 의견이고 여당에서도 마찬가지 의견을 보여준 의원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정부측에서 증액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안건은 통과됐지만 장애인차량 LPG 지원금도 역시 유지해야합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854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야한다는 것을 수정예산안 부대의견으로 달았습니다. LPG지원제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불씨는 아직 살아있는 것인데요. 이럴 때 일수록 관련 예산 확보를 약속했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립니다. 정 대표가 막판 예산심의 과정에서 어떤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장애인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이없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짓말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장애인들이 노숙농성을 통해서 약속을 받은 서울시의 자립생활예산이 반 토막이 나고 말았습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지난 8일 서울시 예산 회의가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서울시는 지난 8월 4일 2010년 체험홈 10가구, 자립생활가정 20가구 도입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노숙농성을 하면서 얻어낸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가 정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체험홈은 5가구, 자립생활가정 10가구로 책정돼 있는 상황입니다. 정확히 절반이 축소된 것인데요.

장애인들은 오세훈 시장의 거짓말에 어이없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예산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줄일 예산이 없어서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한 예산을 줄인다니….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장애인연금도, LPG 지원도, 자립생활예산도 모두 이미 약속된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떼법이 아닙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를 떼법으로 폄하하면서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정당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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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