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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읽어 더욱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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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39회 작성일 09-11-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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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열심히 책을 듣고 있다. 앞에 선 낭독봉사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낭독봉사자의 표정과 몸동작을 마음으로 느끼며 시각장애인들은 책에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3시께 울산시각장애인점자도서관(관장 정여동, 이하 울산점자도서관) 열람실의 풍경이다. 울산점자도서관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장애인 및 독서소외계층의 독서 기회를 확대하고 책 읽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한 ‘책 함께 읽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처음 시작한 ‘책 함께 읽자’ 낭독회는 ‘사랑하니까 사람이다’(오영진), ‘흐르는 강물처럼’(파울로 코엘료) 등 매번 다양한 주제로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특히 지역의 배우 및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시각장애인들에 직접 책을 읽어주고, 때로는 토론도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낭독 봉사자가 실수할 때 서로 웃음을 나누었고 어색한 표현연기에서는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연기함으로써 더욱 즐거운 책읽기 한마당이 펼쳐졌다.

책을 낭독한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지난 1년간의 낭독회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새로운 형태의 책읽기 문화를 창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책 함께 읽자’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이미경(시각장애 1급) 씨는 “실명이후 나의 독서 패턴은 컴퓨터음성엔진(TTS)에 의존해 듣기만 했다”며 “컴퓨터음성의 한계로 인해 아주 재미있는 장면 또는 그 반대의 상황에도 그냥 무미건조하게 듣고 넘어가기 일쑤였으나, 이번 ‘책 함께 읽자’ 프로그램은 직접 듣는 즐거움과 생동감으로 마치 하편의 연극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낭독 봉사자로 참여한 박보령(자원봉사자)씨는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매우 힘들었고 어색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책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으며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의 상처받은 삶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책 함께 읽자 프로그램을 담당한 도서관 석정은 사서는 “이번 책함께 읽자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잠재된 독서 욕구를 확인하는 계기였으며 앞으로 도서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서라도 이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책 함께 읽자’ 프로그램은 총 5회에 걸쳐 13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참여해 책을 읽었고, 이 달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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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태 기자 (pkt6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