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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시작하다 -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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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175회 작성일 09-03-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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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다. 출, 퇴근을 매일 해야 했기에 남들보다 서둘러 집을 나서고 더 늦은 귀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간단히 식사를 하고 쉬는 것이 저녁시간의 전부였다. 그래서 사무실이 가까운 자취방을 얻어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4년을 잘 다니다가 사무실이 이전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은 출판업 계통이여서 충무로로 시전을 하게 되었는데, 충무로 근처로 거처를 옮기기가 어려워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때 나 스스로 이동이 자유로워야 함을 절실히 느껴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테스트를 통과해야 시험에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시험장을 들어서는데 감독관은 나를 보자마자 운전이 불가능하다며 테스트의 기회도 주지 않았고 나는 적지 않은 상처(?)를 받고 돌아왔다. 나에게는 운전이 욕심인가 싶어 마음을 완전히 접고 재택근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일을 하게 되었고 힘들긴 했지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게 익숙해졌다.

결혼을 하고 명절이면 남편이 꽉 막힌 귀성길, 귀경길을 혼자 운전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려 운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험을 보기로 하고 시험장을 가서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감독관은 할 수 있겠냐며 물었고, 나는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을 등에 업고 하겠다고 얘기해 통과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송파에 있는 장애인운전연습장(교육장)으로 본격적인 운전을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역시 할 수 있을까 하는 따가운(?) 눈총과 염려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렇게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는 못했지만, 4개월 만에 면허증을 취득하였다.

내가 면허를 따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남편이 차를 두고 출근한 날,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로 마중을 나갔다. 회사는 집에서 30분을 넘게 가야 하는 곳인데 겁도 없이 나섰다. 얼마나 뿌듯하던지….

면허증 덕분에 나는 장애인정보화방문강사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외출도 하고 가족여행을 떠나도 교대로 운전을 하며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의미 있는 행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송은주 (dreamili44@hotmail.com),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