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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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11-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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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갔다. 아버지를 황금과 같이 생각한다던 첫째 딸은 늙고 병든 아버지를 내쳤고 은처럼 사랑한다던 둘째 딸도 왕을 나 몰라라 했다. 거리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왕은 한 여인을 만나 밥을 얻어먹게 되었다. 그 여인은 왕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했으나 음식을 맛본 왕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인 일로 음식 앞에서 눈물을 흘리십니까.” 그 여인은 모든 음식에 소금 간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우리 막내에게 큰 죄를 지었다.” 막내 공주는 비로소 자신이 지난 날 아버지가 내친 셋째 공주임을 밝혔다.
“늘 곁에 있어 사소해 보이지만 소금이 없으면 음식 맛을 낼 수 없듯이 소금처럼 중요한 것은 없사옵니다.”?
소금은 자신을 녹여 음식의 맛을 내는 양념으로 사용되고, 젓갈 등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이용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태복음 5장 13절)
한 때는 누구나 필요로 하는 소금이었으나, 그 맛을 잃고 아무 쓸모없이 버려져 죽음의 문턱에서 서성거리다가 다시 일어나 누군가의 소금이 되려 하고 있지만 시각장애 1급으로서 과연 누가 누구의 소금이 될 수 있을까.
임정수(55)씨. 그의 고향은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다. 아버지 임헌호(작고) 어머니 구봉순(작고)의 5남매 중 셋째인데 위로 누나 둘을 둔 장남이었다. 부모님은 금산리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논이 3천 평, 밭이 5백 평 정도 되었다. 논에는 벼를 심고 밭에는 보리와 밀 그리고 고구마를 비롯하여 콩 팥 조 수수 등 잡곡을 심었고 집 근처에는 상추 고추 근대 아욱 등 나물거리를 심었다.
길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아버지는 거름이나 곡식들을 지게나 바지게로 져 날랐다. 그는 도고온천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추수철이 되면 아버지를 따라서 볏짐을 지게로 져 날랐는데 두 묶음 또는 세 묶음이 고작이었다. 아버지는 열 묶음도 넘었지만 아버지를 따라 가기는 까마득했다. 까꺼레이는 또 왜 그렇게나 많은지.
큰누나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도시로 돈 벌러 갔는데 대전 시내 부잣집의 식모살이로 요즘 말로 입주 도우미를 하였다. 누나는 식모살이로 한 푼 두 푼 돈을 모았다. 작은 누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가발공장에 취직을 했다. 큰 누나는 고향에 땅을 사고 작은 누나는 흑백 TV 등 가전제품을 사주었는데 누나들이 알뜰살뜰 한 덕분에 그가 어려울 때는 누나들 덕을 보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애초에 공부머리는 없었던 것이다. 책보를 메고 학교에 가면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시간만 보내다가 집에 오면 친구들과 산이나 들에서 뛰어 놀았다. 그렇지만 농사일을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씨 뿌리고 김매고, 호롱기를 돌리는 등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밤이면 전기도 없이 호롱불 밑에서 어머니는 바느질을 했고 형제들은 속내의를 벗어 이를 잡았다.
촌사람은 물고기를 좋아하고 바닷가사람은 산나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의 입맛은 고기에 길들여지지 않아서인지 지금까지도 나물반찬을 좋아한다. 배추나 열무김치에다 시금치 아욱 근대국을 즐겨 먹었다. 간장 된장 고추장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 학교에서 돌아오면 커다란 양재기에 보리밥을 가득 담고 고추장으로 쓰윽쓰윽 비벼서 열무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냉장고도 없었기에 샘에 줄을 매달아 통에 담은 열무김치를 띄워 놓았는데 누런 밀가루를 주물러 칼국수를 만들어 시원한 열무김치를 얹어먹는 맛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임정수씨 이야기는 2편에 계속.
* 이 내용은 문화저널21(www.mhj21.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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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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