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에게 반말로 말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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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11-2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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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면 여덟은 짧은 말
지하철로 통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스치게 된다. 그 사람들 중에서 종종 나와 내 전동스쿠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열이면 여덟은 말이 짧다. “아가씨, 이거 얼마야?” 처음에는 일일이 대꾸를 하고 나라에서 보조받는 것이 얼마인데 하는 정보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건 아니다 싶어 전동 스쿠터에 궁서체로 뽑은 메모를 붙여 놨다. ‘가격 묻지 마라/짜증난다’ 반말로 말을 걸기 전에 나와 전동스쿠터를 한 번씩 훑던 사람들은 메모를 보고 기겁해서 말을 걸지 않는다.
그 메모를 보고 주변에선 짜증이 느껴져 말을 걸지 못하겠다는 둥, 너무 과격한 거 아니냐는 둥, 통쾌하다는 둥 여러 반응이 있었다. 되바라져 보인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한번 스치고 말 사람들에게 되바라져 보이는 게 낫지, 반말 공격(그렇다, 공격인 거다)으로 기분이 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애여성에 대한 반말공격
장애인이 반말공격을 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특히 장애여성일 경우 그 빈도가 높다. 장애남성들에겐 위화감이나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여성은 너무나 편하게 생각한다. 사실 ‘편하게’라는 의미엔 함부로 대해도 되는, 본인보다 한 수 아래에 있는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의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맨 처음 반말공격을 당했을 때엔 어려서(혹은 어려 보여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장애여성 동료들도 빈번하게 당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의식수준이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왜 장애인을 본인과 같은 선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장애인도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인 것이 분명한데 ‘왜’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애인에 대한 그들이 기준이 낡았는데 그 기준을 새롭게 세우려는 우리의 노력이 미흡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인식개선의 틀을 너무 크게 세웠고 세세한 부문에 대해선 별도의 기준이 없으니 사람들이 그냥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장애인은 어린이가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곳곳에 캠페인 스티커가 붙어 있어 읽게 된다. 그 스티커들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뭐 이런 것에 돈을 쓰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기침은 손을 가리고’ ‘휴지 아껴쓰기’ ‘물은 생명입니다’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을 돈 들여 홍보한다. 이유는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실천하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장애여성에게 반말을 하거나 전동보장구 등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별도의 지침이 없으니 편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 ‘장애인은 어린이가 아닙니다’라고 쓰여진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다면 반말공격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동료 장애여성에게 어르신들이 “에구 얼굴도 예쁜데 안됐네”라고 말한다며 고충(?)을 호소했더니 “그쪽은 나이 들고 얼굴도 안 예뻐서 안됐네요”라고 받아치라는 말을 듣고 한참 웃었었다. 그 발언에 용기를 얻어 얼마 전 통근을 할 때 지하철에서 반말공격을 하던 사람에게 똑같이 반말공격을 했다.
“아가씨 이거 얼마야? 나도 좀 타보려고.”
“직접 알아보지 왜 물어? 그리고 나도 나이 많거든. 다짜고짜 반말 들을 군번은 아냐.”
그러자 주변공기가 싸늘해졌다.
“내가 다리가 안 좋아서 그래. 나라선 얼마나 보조해? 아가씨 얼마 들었어?”
“말 걸지 말라고!”
아마 그 어르신은 집에 돌아가 혀를 끌끌 차며 싸가지 없는 장애여성 만난 이야기를 했을지 모른다. 아무렴 어때, 장애여성이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닌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행여 자기도 반말 들을 때 기분 나빴으니 다시는 아무에게나 반말을 하지 않겠다고 반성해준다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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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성희 (dwnetwo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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