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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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23회
작성일 09-11-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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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나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옥탑방에서 산 적이 있는데, 단칸방이 좁아 여름 한 철은 마당에 텐트를 치고 그 곳에서 지냈다. 마당에 누워서 낮에는 외국에 나가신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실까 늘 비행기가 닿는 곳 너머를 지켜보았고, 밤에는 누워서 하늘의 별을 봤다. 옥탑방에 살면서도 어머니는 월부로 어린이 백과사전을 들여놓으셨는데, 그 중 13권이었던 우주 파트를 닳도록 읽었다. 태양의 부피와 지름이 지구의 몇 배인지, 항성과 행성과 위성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주문 같던 행성 순서들을 나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1998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에도 오늘처럼 유성우가 내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 넷이 새벽에 유성우를 꼭 챙겨보자고 다짐을 했는데, 다음 날 유성우를 직접 본 사람은 그 중 한 친구 뿐이었다.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고 자랑하는 친구를 보며, 나를 포함한 나머지 세 명의 친구는 오랫동안 그 친구를 부러워했다. 11년이 지났는데, 소원을 빌었던 그 친구는 소원을 이뤘는지 궁금하다.
작년 가을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를 기억할 것이다. 교통경찰인 단원 강건우가 경찰 일때문에 함께 준비했던 연주회에서 빠지게 되자, 그를 설득하기 위해 강마에는 근무 중인 그를 찾아간다. 그러나 강건우는 트럼펫 연주자로서의 "꿈은 꿈대로 놔둘 것"이라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수많은 명대사를 날렸던 강마에는 강건우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니가 뭔가를 해야될 꺼 아냐.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못해 계획이라도 세워봐야 거기에 니 색깔이든 냄새든 발라지는 거 아냐. 그래서 니 꿈이다 말할 수 있는 거지,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냐. 꾸기라도 해보라는 거야!"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무슨 소원을 빌어야할까, 고민하다가 강마에의 대사가 떠올랐다. 그리고 옥탑방 마당에 누워 별을 보며 천문학자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마당에 누워 하늘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나는 내 꿈을 이루려고 부딪히고 애를 쓴 적이 있었던가. 내 색깔과 냄새를 발라 내 것으로 만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한적이 있긴 한가.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가족의 건강이나 졸업 후 취직과 같은 거대한 소원을 빌려고 벼르고 있던 내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내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 부딪혀볼 수 있는 것, 이를테면 '이번 학기를 잘 마무리하기'와 같은 작은 소원을 떨어지는 별똥별에게 빌어 보았다.
한 해가 불과 40일 정도 남았다. 별똥별은 본 이든, 보지 못한 이든 올해 이루려고 했던 결심들에 색깔과 냄새를 발라 올해가 가기전까지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유성이 있다면 그 별에게 이런 소원을 빌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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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문영민 (saojungy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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