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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설은 없다. 모든 시설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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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07회 작성일 09-11-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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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한번이라도 가본 적 있으세요? 전 여러 곳을 다 다녀봤어요. 좋은 시설, 나쁜 시설 그런 거 없어요. 아무리 좋은 시설이래도 그냥 다 똑같은 시설일 뿐이에요. 감독관이 찾아와서 통장 관리 잘하는지 그런 거 관리한다고 다가 아니에요. 철저하게 숨겨져서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것들이 존재한다구요. 폭행, 성폭행…. 모든 시설이 다 없어지면 좋겠어요. 우린 장애인이기 이전에 몸이 불편한 사람일 뿐이에요. 모두가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정희선-장애인생활시설 경험자)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 대안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정희선씨는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 문제의 대안은 탈시설화와 확실한 자립생활 지원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발생하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 유린이나 장애수당 및 기초생활수급비 등에 대한 횡령은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가 아무리 철저해져도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것으로 장애인 개인운영신고시설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인권유린 문제 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고자 마련됐다.

김명연 교수 "아무리 좋아도 시설은 시설일 뿐"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상지대학교 김명연(법학부) 교수는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시설은 인간의 존엄이나 가치를 논할 수 없는 사육시설”이라며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 때문에 개인운영시설이 늘어나 인권침해는 더욱 심각해졌다. 정부가 어떻게 합법적 정책으로 이 같은 정책을 펼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인권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미신고시설을 신고시설로 양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시설신고기준 완화, 복권기금에 의한 시설 증개축 지원,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지원, 소규모 시설로 유도 등을 통해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좋아도 시설은 시설일 뿐이다. 탈시설 권리를 기본으로 하며, 시설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되어져야 할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시설에 대해선 정부가 인권감독관, 단체소송 도입과 같은 정책을 펼쳐 확실하게 감독,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립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도 여전히 시설에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광백 집행위원은 “생활시설에 있는 대부분의 장애인은 자립지원정책만 있으면 자립이 가능하다”며 “장애인은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서 보호나 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천시 소재 개인신고시설 10곳을 조사한 결과, 시설생활자의 49.2%가 지체 및 뇌병변장애인이며 시설생활자 76.3%가 의사소통이나 일상 대화가 가능했다. 자립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이 시설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통계다.

김 위원은 “주거와 생계비 확보 및 활동보조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면 시설생활인 대부분이 자립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방향이 장애인시설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으로 수정돼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복지부, 개인시설 290여개 법인시설로 전환 추진

복지부 김동호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은 “시설이 서비스전달기능을 하며 변화되어야 하는데, 아직 인권이나 삶의 질에 있어서 개선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신고시설을 법인시설로 모두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복지부는 290여개의 개인신고시설을 법인시설로 전환하는 방침을 갖고 있다. 법인시설로 전환하면 시설 관리가 수월해 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계획이다.

개인시설, 법인시설 전환해도 인권침해 여전

하지만 법인시설이 되면 인권침해는 사라지는 것일까? 시설생활 경험자 정희선 씨는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평생을 눈치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살고 있다”며 “좋은 시설, 나쁜 시설 다 같은 시설이다. 시설은 싹 다 없애야만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인시설이 인권침해의 대안이 아니라는 게 장애인 당사자들의 입장인 것.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광백 집행위원은 “개인신고시설과 법인시설의 운영비를 조사한 결과, 사실상 수입부분은 별 차이가 없다”며 “운영비가 없어서 시설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개인시설의 법인시설 전환이 불필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김동호 장애인권익지원과 과장은 “자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국토해양부와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신고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들은 “토론자 중에서 개인운영신고시설측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토론회 내용과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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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 기자 (tasha@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