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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존엄사'인가, '안락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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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464회 작성일 09-11-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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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한 많은 루게릭 환자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현재 겪는 고통 때문이라기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 때문이다. '안락사'를 논하기전에 장애인으로 혹은 말기환자로서 삶의 질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과 일본 릿츠메이칸대학이 주최한 '안락사문제 한·일 국제세미나'에서 사례발표에 나선 윤창연씨는 이같이 피력했다.

서울DPI, 장애여성네트워크,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최근 불거진 '존엄사' 논란에 대한 장애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폭넓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것.

2005년 일명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은 윤창연 씨는 "환자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안락사'나 '무의미한 치료연장 중단'과 같은 논의는 '가족과 사회에 더 이상 고통을 주지말고 죽는게 어떻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 강요"라고 최근 논쟁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이상원 교수는 "'존엄사'는 '안락사'를 미화하기 위한 호칭이며 식물인간상태에 있거나 뇌사상태에 있는 환자도 살아있는 인간"이라며 "과연 뇌신경세포의 작용이 중지되면 인간만이 가지는 정신현상도 소멸되는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제시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환자 대리인은 대리판단은 엄연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며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하면 비슷한 경우에 처한 환자들의 인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당하고 생명의 존엄성은 위기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다떼이와 신야 교수는 "존엄사를 원하는 이유는 병으로 인한 신체의 고통이 있을 때일 것이나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려는 충분한 노력이전에 '존엄사'를 이야기 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이 교수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해서 치료를 중단한다면 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존엄사에 찬성하는 사람조차도 의료와 복지비용에 대한 부담이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 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부소장은 "안락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의미한 생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정의할 수 있는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윤 부소장은 "이런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안락사를 합법화 할 경우 중증장애인이나 말기환자들의 생명을 '무의미한'것으로 간주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상태에 따라 생명의 가치를 달리 평가하는 극단적인 현상도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안락사 찬성…"고통받는 기간 줄여야"

의료계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찬성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인공호흡기와 같은 연명장치가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이해야할 만성질환자에게까지 널리 적용되면서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 고통 받는 기간을 연장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죽음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이 아닌 회생 불가능한 환자가 임종하기 전까지 중환자실에 격리된 채, 기계에만 매달린 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윤성 부회장도 "의료현장에서 연명치료를 중지하는 상황이 있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사망의 과정을 늘임으로써 생명의 품위를 훼손하기 때문"이라며 "지속적 식물상태나 뇌사 상태 환자도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한 점은 수긍하지만 뇌사를 죽음의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존엄사' 혹은 '안락사' 논란은 지난 6월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내림으로써 본격화 됐으며 이번 판결의 주인공인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는' 판결에 따라 6월 24일 호흡기를 제거하고도 100일 넘게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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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민 기자 (wildafrica@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