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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시인 이동남에게 느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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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20회 작성일 09-11-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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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시인 이동남

느릿느릿 찾아왔던 가을은 빨리빨리 지나가려는지 어느 덧 해가 짧아져 5시만 되어도 산봉우리의 안다리에 걸려 넘어지듯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일정에 착오가 생겨 예정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게 된 늦가을의 초저녁 TV를 통해 난 그 일정의 착오 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을 보게 된다. 평소에 TV라는 물건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이지만 이 날 뜻하지 않게 생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절절 매다가 결국 TV리모컨에 손이 갔다. 평소에 즐기지 않는 티를 내기라도 하는 듯 그 시간에 무슨 채널을 봐야할지도 어떤 프로가 재미있는지도 도통 알 길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채널을 돌리는 도중에 버튼 누르는 내 손가락을 잡아준 사람이 있으니 그는 바로 이동남 시인이었다.

‘이동남 시인’

희귀병인 ‘근이영양증’(디스트로핀이란 단백질의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을 앓는 지체장애 1급으로 많이 불편한 몸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영롱하고 맑은 빛을 내는 젊은 시인이었다. 전신을 움직이기 힘든 부자유스러운 신체를 가졌으나 누구보다 자유로운 생각과 아름답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기에 시라는 함축적인 글을 쓰는데 탁월했으리라. 그의 나이는 불과 17세. 아직 소년티가 채 가시지 않은 뽀얀 얼굴과 미소는 그의 하얀 시집만큼이나 투명했다. 13세부터 글을 썼다는 그를 보는 순간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흔히 작가는 많은 사물을 보고 색다른 느낌을 찾고 소재를 찾기 위한 여행이나 이동을 즐긴다. 때가 오면 어김없이 떠나는 철새처럼 팍팍한 도심을 떠나 다른 세계를 찾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려한다. 창작의 업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하지만 이동이 불편하고 많은 여행을 가보지 못 한 그가 옥석같은 시를 그것도 13세부터 써왔다니! 타고난 재능도 재능이겠거니와 보이는 것만 믿는 일반인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것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특별한 눈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눈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이동남 시인 역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심안(心眼)을 가졌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눈꽃처럼 아름다운 청년이다. 이 아름다운 청년의 방송을 보는 순간 창밖의 단풍처럼 얼굴이 붉게 물들며 부끄러움이 스며왔다. 같은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것도 10년 이상을 더 살아온 내가, 게다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튼튼한 육체를 가진 나라는 사람은 괜스레 그의 글 앞에서 미안해지기도 하고 10여년이나 어린 나이에 장애를 가진 몸으로 깊이 있는 글을 써내는 그의 재능에 슬며시 질투가 나기도 한다.

류시화 시인의 도움으로 그가 그동안 모아둔 시가 책으로 나왔다.

‘해마다 크는 집’

시집 발표회에서 시 낭송을 하며 그는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의 눈물이라 말했다. 그의 눈물은 그의 시만큼이나 큰 감동으로 이어졌고 TV속 출연자의 눈시울에도 TV밖 나와 같은 시청자의 눈시울에도 어느새 단풍처럼 퍼져 물들이며 그 심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의 시집 이름처럼 그의 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착한 마음이 커지고 꿈도 풍선껌처럼 부풀고 그 역시 해마다 크는 집에서 살며 더 큰 작가로 성장하길 바래본다. 해마다 크는 집은 아마도 그의 시들이 시집 속에서 자라는 것처럼 글을 통해 해마다 자라나는 그의 이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의 시를 꼭 읽어봐야겠다. 좋은 글을 좋은 계절에 조근조근 쌈을 싸 마음의 양식으로 채우고 싶다. 행운이 허락한다면 그를 꼭 만나보고 싶다. 그의 책에 그의 서명을 받는다면 더욱 큰 행운일 것이다. 그의 필력이 튼튼해지고 글감에 탄탄한 근육이 붙어 더 건강하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처럼 그의 신체와 건강도 나날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청년이 있기에 가을 하늘이 더 밝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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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장기웅 (brainstorm8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