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아들과 50년… 이웃사랑 나눌 시간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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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3-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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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아동과 고아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 말리 홀트(74ㆍ여ㆍ한국 이름 허만리) 여사가 노르웨이 왕실로부터 '커맨더' 훈장을 받고 또렷한 한국어로 소감을 밝혔다.
디드릭 톤셋 주한 노르웨이 대사는 24일 노르웨이 국왕 하랄드 5세를 대신해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강당에서 말리 홀트 이사장에게 커맨더 훈장을 수여했다.
커맨더 훈장은 노르웨이 왕실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훈장 중 최고등급으로 한국인으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이 수상한 바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인 해리 홀트(1964년 작고)의 둘째 딸인 말리 홀트 여사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21살의 젊은 나이였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당시, 홀트 여사는 수많은 고아와 상처 입은 아이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간호학 전공을 살려 임시보호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50년이 흘렀다.
한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사랑했던 홀트 여사는 나눔의 삶을 살다 결혼할 시간마저 놓쳤다. 그는 "1956년 부모님이 한국에서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한 후 뒤따라 한국으로 왔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며 "그들(불우 이웃)과 함께하면 전혀 외롭지 않다"고 수줍게 말했다.
복지회는 설립당시 아동문제가 시급하다고 여겨 고아들의 국내외 입양에 공을 들였고, 지금까지 총 10만여명의 입양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양 뿐 아니라 정신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홀트 여사는 복지회의 이사장이면서도 아직도 몸소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30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자신의 방도 따로 없다. 장애인 4명과 더불어 한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힘든 점은 전혀 없다"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나이를 잊은 채 또 다른 봉사 활동을 계획 중인 홀트 여사는 "과거에 비해 한국의 사회 복지가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힘들수록 더 힘든 사람을 생각하고 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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