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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희귀난치병 딛고 시인된 이동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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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1,246회 작성일 09-10-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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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희귀난치병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10대 청소년이 그동안 정성스레 쓴 시를 모아 시집으로 출간해 감동을 주고 있다.

근육 유지에 필요한 `디스트로핀'이란 단백질이 부족해 생기는 희귀난치병 `근이영양증'을 다섯 살 때부터 앓아온 이동남(17)군이 주인공.

이군이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열세 살이던 2005년부터다. 의지대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면의 말'들을 하나하나 글로 옮긴 것.

하루 대부분을 누워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긴 글을 쓰기 어려운 이군에게 시는 그때부터 친구나 다름없었다.

근육병환자 재활시설로 이군이 생활하는 `잔디네집'의 김한미(여) 차장은 "동남이가 대전에서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잔디네집으로 옮기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 시는 동남이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라고 말했다.

시를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며 떠올린 희망과 그리움의 감정이 시 속에 녹아들었다.

"어느 날 누군가가 그리우면 나지막한 산에 오르자. 우리들 마음 곱게 비워 산에 오르면 금세 한아름 가슴에 안겨 올 풀빛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누군가 그리우면』)

손가락에 그나마 힘이 있었을 때는 컴퓨터 키보드를 한자씩 눌러가며 시를 썼지만, 병이 악화돼 그마저도 힘들어지자 이군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시를 불러줘 대필케 했다.

이런 역경을 딛고 쓴 115편의 시는 류시화 시인을 만나면서 구슬 서 말을 꿴 보배로 바뀌었다.

예전에 잔디네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 인연이 있는 류 시인의 도움을 받아 출판사 `문학의 숲'에서 시집을 내게 된 것.

류 시인은 이군의 첫 시집 `해마다 크는 집'의 추천사를 통해 "나는 너보다 더 많이 육체에 갇혀 있다. 너는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별'이라고 쓰지만, 나는 아직 나를 위해 운다…부서져 가는 육체 안에 있지만 바라볼수록 눈부신"이라며 이군을 격려했다.

이군은 8일 재학 중인 한국우진학교에서 열린 낭송회에서 피와 땀이 어린 자신의 시 한 편씩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군은 "세상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감동을 주는 시인이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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