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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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10-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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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영국에서 살아있는 비너스로 일컬어지는 앨리슨 래퍼가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사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양팔이 없는 기형인데도 그녀가 아들을 낳아 키우고 있는 점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작품세계는 모든 작가들에게 그렇듯이 따로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아냄으로써 팔이 없이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을 기형이라고 여기는 사회에게 정상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는 화가이자 사진작가이다.
그러한 작품활동이 모두에게 희망을 준 공로가 인정돼, 그녀는 독일에서 열린 ‘위민스 월드 어워즈(Women’s World Awards)’에서 ‘세계 여성성취상’을 받았으며, 그녀의 모습을 담은 마크 퀸의 조각상이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2009년, 대한한국에 사는 장애여성들이 겁도 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2009 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 기간 중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사진을 찍는 전문가들도 아니면서 왜 하필 사진이어야 했는가. 장애여성의 몸은 흔히 왜곡 혹은 불균형, 비정상, 결핍된 몸으로 와닿으며, 불행과 비극의 상징으로 각인되는데, 이는 실제로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장애여성을 접할 기회는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느 한순간 각인된 타자화된 이미지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운동을 하는 우리들이 아무리 우리가 겪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권리를 주장해도 논리 이전의 그 무언가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도사리고 있어 도저히 그 지점을 뛰어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에 직면할 때가 많았다. 사진 작품활동 과정에서도 물론 막막한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막막함은 사진을 찍는 아무개와 찍히는 아무개의 문제가 아니라 찍는 사람 속에 내재해 있던 이미지와 찍히는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사이의 괴리였음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의식하는 순간, 혹은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했다. 장애가 없는 사람 혹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할 의외의 모습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뜻밖에도 일상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던 우리 몸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었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서로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자체로 즐거웠다.
의외의, 발랄한 모습들
사진 속 장애여성들은 발랄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몸만 몸이 아닙니다. 이렇게 비틀어지고 결함이 있어 보이는 몸도 엄연히 여성의 몸이랍니다. 굳이 아름답게 보이려고 꾸미지 않았지만 우리의 몸 역시 보통의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보통의 여자들과는 많이 다른 몸일지 모르겠지만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요? 불균형, 비정상, 결핍된 몸이 아니라 다른 몸으로 받아들이면 안 될까요?"
전시회가 기다려진다. 이 전시회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이 평소 조금이라도 갇혀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장애여성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장애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사회비평에세이집 『오늘도 난, 외출한다』(웅진지식하우스, 2006)를 펴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학사, 2002)과 『우리시대의 소수자운동』(이학사, 2005)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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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효진 (dwnetwo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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