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대학 절반이상이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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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73회
작성일 09-03-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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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이아무개(19·문과대2)씨는 소뇌균형장애로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그는 보통 강의 시작 3시간 전부터 이동 준비를 한다. 이씨는 “보통 사람 걸음으로 20분 거리지만 가는 길이 가파르고 험해 휠체어 대신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다”며 “콜택시가 늦게 오는 경우가 잦아 오후 1시 수업에 대려면 늦어도 오전 10시쯤에는 콜택시를 불러야 수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동을 오가는 것도 가파른 길이나 계단이 많아 혼자 힘으론 불가능하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미리 등록한 스케줄에 따라 도우미가 배정되는데, 이동 시간대마다 도우미가 바뀌고 배정에 구멍이 생길 때도 많다. 이씨는 “도우미가 종일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혼자 다니다 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에는 강의동에 경사로가 없어서 듣고 싶은 수업을 포기한 적도 있다. 음악도서관 건물에 경사로가 없어 보고 싶은 자료를 대출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중증장애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을 보장하는 시설과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장애 학생들은 경사로와 승강기 등의 설치가 늘었지만 불편함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아무개(21·연세대 수학과3)씨는 “과학관은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지하로만 연결돼 있는데, 저녁 7시에는 문을 닫아 일일이 경비실에 연락해 문을 연다”며 “경사로를 이용하려면 건물 뒤로 빙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이 많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이동에 가장 필수적인 점자보도블록이 촘촘히 깔린 캠퍼스는 거의 없다. 시각장애 1급인 서강대 유아무개(19·사학1)씨는 “계단 앞을 제외하곤 점자블록이 없어서 친구들의 도움 없이는 혼자 움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자도서 등 학습 지원도 충분치 않다. 유씨는 “도서관에 책을 맡기면 정보봉사팀이 전자 파일로 만들어주는데 책 한 권을 받으려면 몇 주씩 걸린다”며 “그나마 이런 지원 제도를 갖춘 대학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복지 개선 대책은 예산 문제로 뒤로 밀리기 일쑤다. 연세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들에게 24시간 도우미를 붙여주는 등 지원을 늘리고 싶지만 예산이 워낙 많이 든다”며 “최대한 빨리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올해 대학원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스크린 리더와 점역기를 구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월 ‘대학의 장애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대학 192곳 가운데 112곳이 ‘개선 요망’ 판정을 받았다. 특히 경사로와 승강기 설치 등 편의시설 부문에서 ‘우수’ 판정을 받은 곳은 전체의 23%(43곳)뿐이었다.
조상필 장애인교육권연대 간사는 “장애인 특별전형 등으로 장애 학생 수는 늘고 있지만 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대규모 대학은 기본 시설이라도 갖춰져 있지만 소규모 대학은 아예 장애 시설을 운운할 수준도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송채경화 기자 sflower@hani.co.kr, 한겨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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