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식 개선, 참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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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10-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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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안 계신 요즘은 활동보조인이 옷을 입혀주며 “이거, 걸어 다니는 사람이 입으면 참 멋있겠다”라고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엄마가 있었으면 한소리 들었겠다”라고 엄마를 핑계로 핀잔을 주는 것이 고작이다.
나의 장애에 대해 누구보다 이해가 깊은 엄마도 TV를 보며 중증여성장애인이 비장애인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야, 어떻게 멀쩡한 남자가 저런 여자와 결혼을 했을까?”
저런 여자라는 표현도 귀에 거슬리고, 멀쩡한 남자라는 말은 장애인은 멀쩡하지 않다는 의미라서 불쾌하고, 어떻게 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인 양 생각하는 것도 몹시 억울했다.
나와 25년이 넘게 생활하고 있는 활동보조인도 남들이 하는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분개하면서도 자기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장애인들은 말꼬리 잡는데 뭐 있어.”
이 말에는 장애인을 집단화하고 말꼬리를 잡는 이유가 마치 장애에 있는 양 단정하는 것이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는 나도 문제가 있다. 그까짓 말에 신경 쓸 거 없다고 생각한다. 이성은 그래야 맞는다고 명령하지만 감성은 그런 말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사람들도 모르지 않는 듯하다. 장애인에게 편견을 갖지 말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성은 그것이 옳다고 판단하지만 감성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은 자기와 다르다는 인식을 작동시킨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 디예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동네에 사는 200여 명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돈으로 2천5백만 원의 돈이 상속되었으니 찾아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산을 남긴 브로망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브로망은 흰지팡이를 집고 다니던 시각장애인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떠나기 전에 이런 유언장을 작성했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 준 이웃들에게 자신의 재산 5억 원을 나눠주겠다고 말이다.
할머니가 지정한 상속 대상자는 아주 사소한 친절을 베푼 사람들이다. 정거장이 아닌데도 버스를 세우고 할머니를 태워준 버스기사,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할머니 민원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주던 시청공무원, 그리고 할머니가 나오면 친절히 길안내를 해주던 슈퍼 점원 등이다. 할머니는 그런 친절 때문에 시각장애 속에서 편안히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작은 친절로 큰 선물을 받은 사람들 기분은 어땠을까? 브로망 할머니 덕분에 장애인에 대한 친절이 더 확산될 것 같다고 기자는 촌평을 썼다.
장애인 차별에 대해 벌을 줄 것이 아니라 장애인 친절에 상을 주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 빠르게 개선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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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방귀희 (ghbang5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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