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눈을 뜰 수 있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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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09-09-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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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마이클 메이'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
○ 모험하라.
○ 호기심에 답하라.
○ 기꺼이 넘어지고 길을 잃어라.
○ 길은 항상 있다.
위의 네 문장은 소설 <기꺼이 길을 잃어라>의 주인공 마이클 메이가 자신과 같은 시각장애인 아동들에게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하는 좌우명이다. 진부한 교훈 같지만, 그가 살아온 인생을 표현하는데 딱 들어맞는 문장이다.
마이클 메이는 세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는다. 하지만 그는 자전거와 말을 타고, 전자공학과 국제학을 공부하고, CIA직원·은행원·연극배우·발명가·사업가로 일하며, 활강스키에서 세계기록을 세운다.
그야말로 소설같은, 믿기지 않는 얘기다. 그런데 이 책은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쓰여졌다. 작가 로버트 커슨은 시각장애인 마이클 메이를 취재해 잡지 <에스콰이어>에 글을 기고했고, 2006년도 '전미매거진상(National Magazine Award)'을 수상한 이 글을 재구성해 책으로 출간했다.
작가는 마이클메이가 시력장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전적이고 모험적으로 개척해온 삶의 여정을 <기꺼이 길을 잃어라>에서 그대로 그려냈다.
그리고 마이클 메이가 사업가이자 가장으로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겪게 되는 또 하나의 큰 도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도전이란, 어느날 한 의사로부터 최신 기술의 줄기세포 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제안을 받는 것이다.
마이클 메이는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지 오래고,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5개의 감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과 인식체계를 쌓아왔다. 시각과 관계있는 뇌기능도 40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이미 굳어진 상태다.
마이클 메이처럼 세 살 이전에 시력을 잃었다가 오랜 기간 후에 시력을 되찾은 사람은 기록된 역사에서 20명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토록 오랜 기간만에 시력을 되찾은 사람은 대부분 심각한 부적응과 위기를 겪으며, 시력을 되찾기 전보다 훨씬 혼란스럽고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과연 마이클 메이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기꺼이 길을 잃어라>의 전반부는 마이클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되고, 후반부에서는 마이클이 수술 후 겪게되는 변화와 수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특히 어린 마이클 메이의 왕성한 호기심과 모험심, 그리고 불안한 속내를 감춘 채 태연히 아들의 모험을 독려하는 그의 어머니 오리진 메이의 교육관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에서는 특정 부분의 뇌기능을 상실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들,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가진 공간·거리 감각의 차이 등에 대한 설명을 가벼운 과학 잡지를 훑듣 읽을 수 있다.
다만 소설이 좀 더 탄력있게 구성됐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실존인물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와 흥미를 갖고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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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아 기자 (znvienne@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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